작년부터 기다린 엽서가 왔다. 아주 멀리서! 여행 두달쯤 되었을 때, 인도를 아웃하는 마지막 장소 캘커타에서 만난 민지. 더 정확히 얘기하면, 실리구리? 뉴잘패구리 역에서 만났다. 캘커타로 가는 기차를 타기위해 두리번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엄청 큰 배낭(자기 몸 만한)을 맨 여자아이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내게 다가왔었지. 한눈에 봐도 1년치 세계 여행 배낭이구나 했다. 3개월인 내 배낭과는 쨉도 안되는.ㅎㅎㅎ 나는 다르질링에서 막 도착한 상태였고, 기차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는데, 그 친구는 웨이팅 티켓에 문제가 생겨서 캘커타로 다시 돌아가는 상황이었다. 딱 이틀 함께 캘커타에서 머물렀는데 둘이 밤마다 수다 삼매경에 그간 있었던 에피쏘드들이 막 줄줄 터져나오면서 깔깔거리고 재밌게 보냈던 기억이 난다. 토크의 가장 빅 재미였던것은 내가 네팔에서 국경 넘어가는 도중에 바지에 오줌싼 얘기였을듯! 팔랑팔랑거리면서 바지에 묻은 오줌을 말리며 짜이를 먹던 순간! 크!
민지는 지금 남미에 있다. 우리가 헤어진지가 7개월이 넘었는데 그동안 아프리카, 미국, 중미, 남미까지 여행중인 것. 난 캘커타가 정말 힘들었었고(그 친구도 마찬가지였고) 날씨가 거의 50도는 되는 것 처럼 숨이 막힐정도의 더위였다. 그렇게 여행이 힘들었는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남는것은 역시나 우리들의 대화였던 것이다. 과테말라의 아티틀란 호숫가 마을에서 쓴 이 엽서는 민지가 멕시코 시티의 프리다 칼로 박물관에 갔을 때 사둔 것이란다. 이제 슬슬 여행을 마무리하는 민지의 마음이 어떨까. 나는 돌아와서도 6개월 이상을 계속 여행하는 것 같은 기분으로 사는데. 그렇게 오래토록 여행을 하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때, 그 느낌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것 같다. 멀리서 온 편지에 너무 마음이 기쁘다. 삶도 열심히, 작업도 열심히, 무엇보다도 사랑도 열심히, 라고 적혀있는 마지막 말에 더욱 더 마음이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