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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15 My Father
  2. 2010.06.07 일요일의 고다르 세번째
  3. 2010.05.29 밤의 그림자
  4. 2010.05.16 Saturday Saturday Saturday
  5. 2010.04.30 주절주절 2
Diary2010. 6. 15. 23:19

아버지라는 이름 속에 가득한 깊은 상처 한아름. 그 의미를 어느 누가 다 이해할 수 있을까요. 앞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무작정 달렸지만 결국 허망함의 끝에서 내게 보인 쳐진 어깨와 힘 없는 뒷걸음을 그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요. 아버지는 걱정어린 딸의 이야기에 못다한 말들을 늘어놓으며 꼬깃꼬깃 접어둔 종이를 펼쳐 눈앞에 보여줍니다. 나는 그제서야 아버지의 영혼 앞에 눈물을 떨구었어요. 지옥같았겠지요. 너무 많은 회한과 슬픔과 추락의 언덕 아래서 어두운 사면을 지그시 쳐다만 보았겠지요. 아버지. 나는 항상 아버지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요. 아버지의 피곤한 어깨를 만져드리면서 마음속으로 '심약해지시면 안되요.' 라고 매번 말하곤 했어요. 아버지가 잠깐 나간 사이 참지 못하고 터져버려 쿳션에 얼굴을 파묻고 말았습니다. 나의 들썩이는 어깨가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했을까요. 긴 긴 세월 한결같이 나에게 작업 얘기를 해주시던 아버지. 그 언젠가 당신이 이 세상에 없을 때를 이야기하며 작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세심하게 전해주시던 아버지. '너무 걱정하지마라, 아빠는 괜찮아. 이제 시작인걸 뭐.' 라고 말하며, 내가 잠잘 때 깨끗한 베개를 베고 자야 한다면서 내 베갯닢을 손빨래하시던 아버지. 정확히 기억나는 아버지의 따뜻한 위안, 그리고 많은 사연들. 그 안에 아버지의 슬픔이 담겨 있었어요. 나는 어제야 비로소 이제껏 숨겨져있던 아버지의 슬픔을 내 마음속에 인화하였어요. 그러니까 이제는 외로워말았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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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10. 6. 7. 00:51

한받님의 초대를 받고 홍대에 있는 키친 앤 고다르로 향했다. 이런 자리를 기획하는 겸이와 고은이, 다함씨가 참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갈때마다 흐뭇한 느낌이 든다. 이번은 '일요일의 고다르' 세번째 자리였다. 이번엔 나의 정신적 지주인 한받님이 참여하셔서 더욱 더 기대가 컸다.


박다함씨의 사회로 시작되었다. 첫번째는 Recandplay.


REC + AND + PLAY 는 라이브 연주들을 기록하여 비디오 블로그를 통해 사람들과 그 영상을 공유하고, 텍스트와 함께 그들의 음악을 소개한다.(이전의 것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어쩌면 그냥 단순히 일상적인 풍경에서 혹은, 일상적이지 않은 풍경에서 라이브 공연을 찍어 올리는 것이라고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내가 느낀 그들의 행보는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사실 고다르 피티를 보기 전 나는 이들에 대해 전혀 몰랐지만(-_-;;; 미안합니다. 그간 너무 정신없이 살았어요.) 사이트를 보다보니 영상을 촬영하는데 있어 장소적 제약이 없는 것도 재미있고, 그 특별한 장소가 만드는 소음들까지 음악과 함께 조화를 이루는 것도 재미있었다.(본 음악에 방해받지 않을 정도의 자연스러운 소음들이랄까.) 이들 넷은 이동하는 새로운 차원의 채널을 만들고 있었다. 거기에다 온라인으로 많은 사람들과 공유 하고 오프라인에서 공연+전시도 하니(at 쌤), 이것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나 이 영상을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참 좋은 일임이 분명한데, 특히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 제일 즐거운 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시도를 하는 이들에게 정말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두번째는 독립 출판을 하는 Look Find Free의 고민구, 최아영씨다. 이들의 진은 에이포 4장을 중철하여 만드는 것인데, 한달에 한번씩 진이 만들어져 지금까지는 8권의 진이 발행되었다. 둘이서 쪼그려 앉아 놋북 앞에서 스탬플러를 찍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이들의 피티를 보면서 살짝 디자이너 슬기와 민의 작업 피티가 스쳤는데 아마도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의 특유의 보링한 느낌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들의 보링함은 잡지에 진솔하게 담겨져 한자 한자 세심하게 글을 읽어보게 한다. (나도 이런 류의 글들을 참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내 주변의 회화 전공 친구들이 만드는 진들은 우선 이미지와 컬러에 좀 더 집중하는 반면 이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매우 일상적이고 많이 통용되는 주제를 다루기 때문인 것도 같다. 가볍지 않아 좋다. 이 8권의 정기간행물이 한권의 책으로도 만들어진다니, 그 책이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기대해봐야겠다. 바로 위의 사진은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의 전시 장면이다. 벌써 쿤스트할레에서의 내 쇼케이스는 작년이 되어버렸다. 윽. 시간이 빠르기도 하지. 


세번째는 전방위아티스트 한받(아마츄어 증폭기)이다. 한받씨는 97년도에 만든 영상과 논밭공연, 스리랑카에서 온 친구가 찍은 아마츄어 증폭기의 다큐멘터리, 사계절 스픈사 뮤직비디오를 상영했는데, 나의, 아니 2003년 결성된 퇴물밴드의 정신적인 지주가 되었던 논밭공연을 한번 더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때의 우리는 친구들과 함께 아마츄어 증폭기를 신으로 모시며 정신적 지주임을 확고히 했다.(근데 사실 퇴물밴드 중 다 그랬던 건 아니고, 나와 언슝 둘이서만 난리치고 다녔던 것 같기도....-_-) 부모님 집이 강원도에 있다는 것을 빌미로 기타를 들고 집에 갔을 때, 집 앞 논밭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영상은 없지만 증인은 있다. 증인은 엄마.ㅋㅋㅋ 엄마가 내 모습을 보고서 어찌나 배꼽을 잡던지. 아무튼, 그런 추억이 담긴 논밭공연은 지금 봐도 역시나 최고였다. 그리고 아츄의 다큐는 1년 전에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상영했었는데 그때 보러 가지 못했다가 이번 기회를 통해 보게 되어서 너무 기뻤다. 밥을 먹다가 기타를 치는 모습이 너무 천진난만하고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설명이 필요없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수성랜드 음반의 사계절 스픈사. 그 노래를 들으면 매번 가슴이 절절해지는데 그 이유는 잘 모르겠고 매번 그렇다는 것만 기억에 있다. 그래서 음악으로 사람을 절절하게, 그것도 들을때마다 매번 절절하게 하는 아마츄어 증폭기는 누가 뭐라고 하든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예술가다. 음유시인이기도 하고. 누군가는 그렇게도 말하더라. 노래가 순수한 척 하는 것 같아서 싫다고. 뭐 어쨌거나 생각하는 건 자유지만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한받의 기록과 음악적 태도를 조금만 더 알고 이해하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한받은 자위-자각-자립의 형태로 아마츄어 증폭기가 발전했다고 말한다. 순수한 척이라는 느낌은 아마 자위나 자각의 전단계에서 느꼈던 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결혼을 시작으로 사라진 아츄가 다시 부활하는 때는 언제가 될런지?ㅎㅎ
 


4장 구입한 수성랜드 앨범을 작년부터 고심하면서 주변의 지인들에게 선물로 주었는데, 마지막 1장의 주인공이 누가될지 생각하다가 겸이에게 넘기기로(?) 결정했다. 잘 듣고 음악 감상평 써. 영화 작업에 도움이 될지도.^^ 네번째 고다르 포스팅은 다음 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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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10. 5. 29. 00:56

외진 장소가 품고 있는 따뜻함을 발견하면 그때엔 내 몸안에 있는 그림자를 확 베어내고 풍경속의 그림자가 된다.
너무 오랫동안 낡아 결핍의 상태를 견뎌내는 하루하루가 어둠 속 깊숙히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견뎌내어야 할지를 모두가 알고 있는 듯 행동할 때 그림자가 불쑥 튀어나오는거다. 나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견뎌내는 법,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모두 그 그림자에 갇혀있다는 사실을 견뎌내는 법, 그래서 그 방법을 알게 되기 전에 모든것을 놓아버리고 떠날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곳의 풍경은 그림자를 만들고 내 허리춤에 그것들을 매달아 찬찬히 나를 올려다보게 한다. 더욱 깜깜해지면 깜깜해질수록 그림자는 자꾸 내 안으로 파고드는거다. 그래서 나는 그것이 나인지 그림자인지 알 수 없게 된다. 아무런 제약도, 방어도 없는 그런 풍경의 끝에서의 이상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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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10. 5. 16. 23:49

 

토요일이었다. 그동안 전시를 통 보러다니질 못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아침일찍부터 갤러리로 향했다. 사간동 근처부터 시작!

학고재 갤러리(구관/신관)-국제갤러리(구관/신관)-갤러리 인-갤러리 도올-아라리오 갤러리-PKM 갤러리-갤러리 PLANT-갤러리 비올-갤러리 담-이화익 갤러리-갤러리175-사루비아 다방-쿤스트 독-옆집 갤러리-VERSUS-프로젝트 스페이스 쿤스트 독-브레인 팩토리-갤러리 차-스페이스 공명-서울시립 남서울 분관

기억나는것만 적었는데 아마 중간 중간 몇군데 더 있다. 안국동, 사간동, 통의동, 광화문 근방에서 사당까지 둘러보는데 총 7시간 걸렸다. 집으로 올땐 왼쪽 발가락부터 발등까지 부어서 아직도 파스신세다. 참 미련해. ㅜ_ㅜ 아라리오 갤러리의 마오 샤오춘 전시도 좋았고, 국제 갤러리의 이광호 선생님 전시도 좋았고, 학고재 갤러리의 임충섭 작가님 전시도 좋았고...오랫만에 갤러리에서 좋은 작업들을 많이 봐서 즐거웠다. 돌아올땐 넘 힘들었지만.ㅜ_ㅜ


요건 쿤스트 독에서 열리고 있는 문명기 작가의 개인전이다. 들어서자마자 갤러리 내부는 다 비닐로 쌓여져있고, 비닐동굴같은 안으로 계속 들어가면 이렇게 설치물이 전시되어있다. 쿤스트 독과 참 잘 어울리는 전시였다.
전시를 다 보고 난 뒤, 나는 다시 '프로젝트 스페이스 쿤스트 독'을 찾으려고 나섰는데, 지도로 보면 그 길이 맞는데 쫌 아닌것 같고 저긴가? 여긴가? 하다가 엄청 헤매고 돌다 발견했다. 그리고 그냥 지나칠 뻔 했다!!! 


프로젝트 스페이스 쿤스트 독의 모습. 원래 공사장 옆 컨테이너인데 갤러리로 사용중이다, 아니, 계속 갤러리로 이용될 거라고 한다. 작품 보안을 위해선지 문은 잠겨있고, 바깥에서만 구경 할 수 있었다. 작은 윈도우 갤러리로 생각하면 될까? 신선한 장소였는데, 아쉽게도 위치적으로 조금 외진곳에 있어서 많은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라기보다는 우리의 주변 환경을 재 환기 시키자는 뜻에서 의미가 있는 장소인 것 같다.


브레인 팩토리에서 전시되고 있는 류노아 작가의 전시. 오랫만에 이렇게 치열한 작업을 봐서 좋았다. 젊은 작가가 내뿜는 에너지가 작품 한점, 한점에 매우 많이 투영되어있었다. 뼛속까지 느껴진다. 이런 치밀함, 치열함은 이 작가가 얼마나 구상에 공을 들였을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지 알 수 있다. 공들여 그려놓은 그림에 더 애착이 가는 이유는 내가 회화 작업을 하는 사람이어서 더욱 그런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번이 첫 개인전이라니 다음번 작업도 기대가 된다.
여기 또 내가 좋아하는 김 을 선생님의 작업이 있다. 스페이스 공명이라는 곳을 처음 찾아가 보았는데, 성곡 도서관에서 가깝지만 설명하기 애매한 위치여서 전화로 묻고 지도보고 갔는데도 오래 헤맸다.


김 을 선생님의 오브제 모으는 실력은 진짜 대단하신 듯!
가벼운 듯, 그렇지 않은 듯 보이는 텍스트들과 드로잉이 참 인상적이다.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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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10. 4. 30. 05:58
고등어가 2인전을 오픈하여 축하해주러 집에서 슬슬 기어나와 사간동으로 갔지요. 지금은 새벽 5시 30분. 아. 이렇게 늦게까지 술 마시게 될줄 모르고 컴퓨터 다 켜놓고 방 어질러놓고 몸만 빠져나왔는데, 오랫만에 사람들 만나서 이런저런얘기 두런두런 하니까는 완전 재밌었다. 윽. 피비, 소의양, 밍키, 진주씨, 윈디, 스캇(고양스튜디오 레지던시중인 뉴질랜드인), 광남씨, 유현경작가님(서교육십 전시에서 작품 좋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안경수작가님(내가 완전 팬), 그리고 같이 2008년 세마 전시했던 이승현 작가님(반가워 어쩔줄 몰랐다. 2년만), 예전에 파티에서 만나고 다시 만난 지린양, 데미안, 다비드, 눈썹, 이이립작가님..노보랑 진아는 아쉽게도 못만났네. 스캇은 진짜 40살 같지 않게 너무 섬세하고 귀여워. 나도 그렇게 늙겠어! 스캇이랑 나랑 고등어만 아는 시규어로스. 그래서 좋아하는 뮤지션 얘기하다가 스캇이 몇몇 추천해줬는데 이름 다 까먹었다.ㅠ_ㅠ 윽. 오랫만에 나들이. 보고싶은 전시도 널리고 널렸구나. 어느 누구도 쉽게 그 사람을 다 안다 말할 수 없고 쉽게 판단내릴 수 없는데 자신의 기준과 잣대로 이래라 저래라 그래서 틀렸다 말하는 사람이 없어서, 솔직할 수 있어서, 색안경끼고 보는이들이 없어서, 쪼그만 단점이라도 발견했다치면 그냥 물어 뜯고 흠집내려는 사람이 없어서, 공격적이면서 자기만 방어하려는 사람이 없어서, 너무 편한 시간이었다. 느낄 수 있고 공감할 수 있어서, 그래서 고민도 쉽게 말할 수 있어서, 오랫만에 그런 시간이 내게 주어졌음을 감사했다.
시간이 흐르면 모든게 다 바뀌어. 같은 자리에 있는 것 같지만 그건 마치 물위에 떠있는 판이 조금씩 미동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운데 지나고보면 예전 그 자리는 저기 너머에 있으니까. 내가 조금만 더 나를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나를, 나의 몸을, 나의 얼굴을, 나의 마인드를, 나의 열정을, 나의 시간들을, 나의 생기있음을! 나의 용기를! 나의 솔직함을! 나의 전부를!!!
고등어_너의 자유로운 날개짓하나, 신념의 증폭, 숲의 증폭 _색연필, 아크릴채색, 알코올, 오일파스텔_180×152cm_2010

내가 젤로 좋아한 고등어 그림. 정돈된 듯 정돈되지 않은 듯한 느낌이 다른 그림하고 조금 다른 거 같아서. 다른 그림들보다 더 우울한 색채가 마음의 동요를 불러일으킨다. 계속 성장해나가는 무한한 가능성의 숲을 맘껏 달려. 부릉부릉 부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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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