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쯤 그린 그림을 계속 쳐다보다가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아 5분만에 덮어버렸다. 흔적도 없이 덮어진 나의 시간들. 이제는 다시 또 그 환한 틈에서 헤엄을 쳐볼까. 나는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인데, 생각을 하다보면 황량한 사막 같은 이미지가 무한 반복적으로 떠오른다. 애매하면서도 쓸쓸한 그 삶과 죽음의 경계가 가로지르는 언덕에 나는 희망과 절망, 추함과 아름다움을 얹어놓는다. 흐릿한 경계 위에, 나도 생각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전복을 위해서.
내가 그리는 사람들의 모습은 쓸쓸하고, 애처롭고, 허무하고, 심지어는 절망적이다. 삶과 사랑과 행복이 마치 덧없이 끝나버린다는 듯. 기대와 희망은 황무지속으로 사라지는 듯. 그러나 나는 그 곳에서, 삶과 죽음이 맣닿은 그 곳에서, 탱고를 추고 싶다. 비극적인 탱고를 추며 밑바닥을 들여다보고, 가장 깊은곳에 있는 전복되어버린 아름다움을 찾아내고싶다. 죽음 너머의 세계를 통해서 설핏 내비치는 세계를 그려내고 싶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삶을 살아간다기보다는 살아낸다는 표현이 익숙해졌다. 항상 삶이란 나에게 의문부호같은 것이었다. 오늘처럼 내일도 쓸쓸하고 어두울 그런 날. 무시된 하루들의 연속. 지속적이지 않은 행복과는 달리 지속적일수 밖에 없는 끊임없는 갈증들. 사실 내일은 또 다른 오늘이기에 가끔은 내 마음속에 불을 지펴서 천천히 기다릴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 기다림은 아름답고, 쓸쓸하고, 처절하지만 환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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