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이 안 멈춰서 계속 콜록거리며 작업하고 있다. 오늘은 신기한 꿈을 꾸었는데, 등에 양각으로 된 문신을 한 남자가 나왔고, 여러가지 동물 모양의 피규어 같은 것들이 등에 솟아 있었다. 내가 뜯어내 보려고 했지만 뜯기진 않았다. 피부였으니까. 양각으로 된 입체 문신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그 꿈은 작업을 하는 하루종일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나 혼자만 존재했던 그 시간, 그리움, 잔상, 축축했던 방안의 공기 모두 다 환영일 뿐인데. 빨리 피에타 작업이 끝이 났으면 좋겠다. 몇달동안 붙들고 있는 그림이 지금 6점이나 있다. 5월 안에 다 끝을 내야지.

 

그는 어디로 갔을까

너희 흘러가버린 기쁨이여

한때 내 육체를 사용했던 이별이여

찾지 말라, 나는 곧 무너질 것들만 그리워했다

이제 해가 지고 길 위의 기억은 흐려졌으니

공중엔 희고 둥그런 자국만 뚜렸하다

물들은 소리없이 흐르다 굳고

어디선가 굶주린 구름들은 몰려왔다

나무들은 그리고 황폐한 내부를 숨기기 위해

크고 넓은 이파리들을 가득 피워냈다

나는 어디로 가는것일까, 돌아갈 수조차 없이

이제는 너무 멀리 떠내려온 이 길

구름들은 길을 터주지 않으면 곧 사라진다

눈을 감아도 보인다

 

어둠속에서 중얼거린다

나를 찾지 말라...... 무책임한 탄식들이여

길 위에서 일생을 그르치고 있는 희망이여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기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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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