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다녀온 후로 작업중인 그림. 망치려고 들면 방법이 생기고, 망치지 않으려고 하면 해결이 안된다.

 

얼마전, 소셜 네트워크로 알게된 인도 작가와 서로의 작업에 대한 생각을 얘기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그냥 가볍게 이야기하다가 작업에 관련된 얘기가 나오니 서로 불똥이 튀겼다. 그 작가는 경기창작센터에 단기로 레지던시에 참여했던 산티니케탄에 사는 내 또래의 인도 작가였다. 작업이 좋아서 관심이 있었다가 작업에 대해 얘기를 몇일간 메신저로 주고받았는데, 처음에는 너무 쉽게 다른 작가의 그림을 평가하고 단정짓는 느낌이 들어서 빈정이 살짝 상했다가, 오해를 푸는 과정에서 엄청난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됬다. 작업 이야기는 점점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하는 단계까지 가게됬다. 작가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 아시안의 미학에 대한 이야기, 작업을 할때 느끼는 고통에 대한 이야기...영어가 딸려서 오해가 생길까 노심초사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참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처음의 그런 오해가 풀어지면서 각자 작업을 대하는 태도가 무척이나 진지하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더 재밌어졌다.

무엇보다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솔직하게, 저돌적으로 할 수 있는 그런 마인드가 마음에 들었다. 무엇이든지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데 있어 소심하거나 우물쭈물 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로이 말하는 태도가 좋더라. 반대로, 한국의 작가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자신의 전시를 열어놓고 어떻냐고 물어놓고서도 좋다는 말만 기대하는 그런 빙신쪼다같은 작가도 있으니까. 권력을 앞세워 작품의 판매 정도에 따라, 작가의 등급을 평가하거나 폄하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작가들끼리 만나서 시시껄렁한 농담이나 작가들, 갤러리의 뒷담화나 하고, 썩은 냄새나는 명예욕, 권력욕을 아무렇지 않게 내보이며 그것을 당당함의 표본으로 생각하는 작가도 있다. 어딜가나 냄새나는 것들은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라 할지라도 작업을 대하는 태도가 진지하다면 다른것들은 부수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게 반대가 되니까 문제지. 어쨌든 오늘 새벽 6시까지 그 아이와 작업 얘기 하다가 잠들었는데, 자고 일어나 생각해보니 소셜로 알게된 작가와 (그것도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생각을 나누었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참 좋았다.

'Works > 2011-2013 : Allegory of In-betweenness'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립현대미술관 웹진 9월호!  (0) 2012.09.04
shit!  (0) 2012.08.29
+ 사진들 (photo by eunjoo)  (2) 2012.03.16
내 작업과 함께  (2) 2012.03.11
전시 끝났다!  (1) 2012.02.29
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