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2016. 11. 22. 01:22

생각이 많아서 작업이 힘들 때는 그냥 붓을 놓고 쉬는게 아니고, 정말 가만히 몇시간씩 멍때리고 앉아있게 된다. 온통 작업 생각뿐이지만 붓을 들수가 없다. 힘을 내어 겨우 붓을 든다해도 결국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시간들이 마치 무엇인가에 살해된 시간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요즘은 상황이 썩 좋지 않아서 다시 일자리를 구했다. 일주일에 3일, 하루 10시간 임용 관련 강사일을 해야한다. '전시가 코앞이고 타투작업도 간간히 하고 있지만 괜찮을꺼야' 하며 구해놓고서 오만가지 스트레스를 다 받고 있는 중이다. 작업을 할 시간이 여의치 않은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 그래서 배우고 있던 힌디어 스터디도 끝까지 다 하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했다. (이건 진짜 슬프다.) 왜 항상 바쁘게 일하고 열심히 사는데 이렇게 쪼들리고 힘이 들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결국엔 11년간 해온 내 작업들로는 생계유지가 되지 않기 때문이고, 이 세상 꼬라지가 말도 안되게 똥밭 쓰레기이기 때문이다. 소시민으로서, 예술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애초부터 불공평한 줄타기를 평생, 끊임없이 해야하는 것이다. 그저 좋아하는 일을 정말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고 있어도, 밥벌어 먹고 살기 어렵다면 이건 내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일 터. (나는 왠지 예술가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있을것 같다.) '안정되지 않은 일을 선택했으니 그정도는 감수해야지'라거나 '원래 예술가는 헝그리한 상태에서 작업이 더 잘 나오는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기에(얼마전에도 그런분을 만났다.) 가슴이 참 답답하다. '작가들도 먹고사니즘은 똑같이 중요한 거다. 이 멍충이들아!'

이런 문화적 토대도 없는 세상에서 예술을 한답시고 방구석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노라면, 마음이 너무 복잡하고 힘들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지, 도대체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건지, 계속 그런 질문만 하고 있고 말이다. 그러나 나는 오늘도 꾸역꾸역 그림을 그린다. 그림이라도 그려야 숨통이 트이니까. 그냥 그 뿐이다.


p.s 요즘 망치부인 시사방송도 듣는다. 좀 더 숨통이 트인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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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