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을 차려야된다...어제 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 새벽까지 작업을 했는데, 팔이 너무 아파서 잘 올라가지 않았다. 금요일은 오전부터 학생들 수업이 있어 피곤이 좀 극에 달하는 요일인데, 어제는 유난히 몸이 힘들었다. 출장에 다녀온 남편이랑 제대로 얘기도 못하고 작업방에서 계속 작업을 하다 문득...그냥 많은 생각이 들었다.
강사 생활은 벌써 14년째다. 스무살때부터 줄곧 해온 일인데,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던터라 꾸역 꾸역 해온것이 이렇게나 흘렀다. 그 사이 개인전 6회, 그룹 및 기획전 32회...참 바쁘게도 살아왔다. 어떤 때엔 조급증도 있었던 것 같다. 2005, 2006, 2007, 2008, 2009...매년 한번씩 개인전을 하고, 매년 새로운 작품들을 전시했다. 마치 무엇엔가 홀린듯이 그렇게 살았던 시간들이었다. 전시 횟수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닌데, 그냥 지나고나니 그것들이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의 최선이었던 흔적' 같은거라서, 그리고 절대적으로 '먹고사니즘 속에서 작업 시간을 지켜왔다'는 것에서 내겐 너무 의미가 컸다.
그런데 요즘 오른쪽 팔이 너무 아프다. 원래 이건 내가 엄청 빡센 곳에서 오래 일하면서 생긴 고질병 같은 것인데, 2012년에 3개월간 여행갔을때 그때 일 쉬고, 2013년부터 좀 나아졌다가 요즘 다시 아파오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아팠던거니까 뭐- 이러고 몇번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요즘 좀 마니 안좋은 느낌이 든다. 이제는 더이상 내 팔을 혹사 시키고 싶지 않지만 아마도 계속 써야하니 계속 아플 것 같다.
그래도 한편으론,
일과 작업과 나의 삶에 대한 밸런스를 잘 맞추고 살기 위해 내가 노력한 만큼 내 팔이 좀 수고스럽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제부터라도 어깨와 팔을 좀 사려야 될 것 같은데, 나는 작업을 할 때 밥 차려먹는것도 너무 힘든 사람이라서 운동을 고려하기가 쉽지 않다. 휴. 오래 오래 작업하려면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야되는데, 오늘도 나는 머리가 너무 멍하고 팔이 아파 하루종일 누워서 요양중이다. 지금 준비하는 전시가 끝나면 뭔가 대책을 좀 세워보아야 겠다. 찜질을 하는 방법이라던지, 뭐 여러가지로다가. (잘 생각이 안나네)
# 뭔가 '열심히 살아왔다'라는 것을 어필하고 싶은건 아닌데, 그렇다고 또 어필을 굳이 안하려고 하지 않으니 나도 모르게 자꾸 과거를 회상하는 이런 일기를 쓰게 되는 것 같다. 뭐랄까. 그냥 힘들때 '아. 예전에는 이러기도 했었지, 그러니까 지금은 괜찮아.' 이런 이야기를 내 스스로한테 하고 싶은 것 같다. 나는 마흔이 되어도 쉰이 되어도 그냥 지금처럼 계속 작업을 하고 싶다. 아주 멀리, 아주 오래 오래 계속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할 때도 있고, 분명 어딘가가 고장이 날 수도 있고...그러니 너무 예민해지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있고, 내가 해야하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이 작업이면 참 좋을 것 같다. 그건 아주 먼 미래가 되어서야 알 수 있는 것일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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