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정하는 구스 반 산트 감독. 영화를 많이 찾아 보긴 했는데 사운드 믹싱이 이 정도로 정교한줄은 몰랐다. 윌리엄 버로우의 기술 컨퍼런스 국제 심포지움시간에 녹음한 소리라던지, 기차역 방송 소리라던지...굉장히 다양한 소리들의 믹싱으로 공간의 겹을 개방한다. 라스트 데이즈나 엘리펀트 같은 영화는 본지 오래되었지만 다시 볼만한 가치가 있을 듯. 이번주 주말엔 엘리펀트를 다시 봐야겠다. (멋진 사람 같으니라고;;;) 구스 반 산트의 영화를 보다보면 나도 그 처럼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 아름답고 시적이면서도 카메라의 시선이 굉장히 객관적이다. 내가 모르는 것은 카메라도 모르고 영화속 서사에서도 마찬가지다. 그 솔직함이 냉담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것조차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그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영화를 찍느냐는 것에 달렸다. 연구하고 공부하는 것에 나태해져서는 안된다. 무지한 것은 우울한 것이고 창피한 것이니까.
# 아카이브 작업을 다루는 작가들을 공부하면서 아랍 이미지 파운데이션에서 리서치 하는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니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전이 오래 지속되었던 레바논 작가들의 상황과 우리 나라의 상황이 그리 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에서는 너무 과거의 역사적인 사건들 혹은 고고학적인 지식의 울타리 안에서만 아카이빙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코리아 이미지 파운데이션은 왜 없을까? 우후죽순으로 갤러리들만 세울 것이 아니라...기존에 있는 갤러리들에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는 것이 먼저 아닌가! 그리고 그저 과거 역사에 얽매인 아카이빙 말고 일상적이고 인류학적이고 현재의 가치를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새로운 아카이빙이 전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카이브 작업을 하는 작가들의 기록들은 다 어디로 가고 있나? 왜 우리는 아카이브를 해야하는 것일까? 그것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안에서의 부조리와 이중성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지만, 역시 제안이 많아도 실천적인 대안이 없음은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 자유인문캠프의 정현 선생님 수업 '재현의 바깥'이 끝이났다. 진짜 아쉽다. 아쉽다는 말로 어떻게 설명이 잘 안되지만, 어쨋거나 언제든 꼭 만나뵙고 싶고 만나뵈어야 하는 분이라고 생각된다. 4주간 되게 행복했다. 더 많은 이야기들을 써내려가고 싶지만 너무 소중하니까 내 일기장에만 기록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