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은 반-지하도 아닌 완전 지-하다. 아침이고 점심이고 밤이고 불을 켜지 않으면 아주 깜깜해서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그런 지-하. 낮에는 아무리 지하라고 해도 한계단 정도만 올라가면 밝아지는데, 밤에 작업실 정리하고 나올땐 정말 깜깜한데서 나와서 깜깜한 곳으로 간다. 어둠과 고요,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정말 무섭게 만든다. 동굴에서 나와 또 다른 동굴로 가는 느낌. 그것은 문래동을 빠져나와야만 '아. 이제 나왔구나.'하고 느껴진다.
어제는 정신 놓고 작업하다가 제습기를 깜빡해서 틀려고 가보니까 습도가 79퍼센트 찍고 있었다. 1-2시간 틀어놓으면 30 까지 떨어지기는 하는데, 난 잘 모르겠다. 바닥에 늘어놓은 사진 자료들이 다 흐물흐무를 거린다.ㅠㅠ 미술작품 습도는 20도 정도여야한다구. 흙. 흙.ㅠㅠ 지하라 습도는 감안하고 왔지만 내 그림들 어찌될까 마음이 불안불안하다.
장마가 오면 여기는 어떻게 될까? 아직 장마가 오지도 않았는데 양수기에 물도 잘 안빠지고, 문 입구쪽은 계속 축축. 주여.
이럴때만 주를 찾네. 뭐 어찌됬든 작업실 멤버들하고 이번 장마 잘 이겨내자. 너구리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