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두려운게 아니라는 에피쿠로스의 명언도 있단다.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에 죽음은 아직 오지 않았고, 죽음이 왔을 때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 님포매니악 中
어제는 오래전 알았던분이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지셔서 아산병원 중환자실에 다녀왔다. 중환자실 면회는 처음 이었고, 의식불명 상태인 환자도 처음보았고, 밤은 점점 깊어갔고... 가족, 지인들은 면회를 기다리며 울고 계셨다. 신경외과실로 들어가자마자 신장투석을 하고 있었고, 잠시 밖에서 기다리며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가녀린 그 분의 몸뚱아리중에 상체와 얼굴만 퉁퉁 부어있었는데, 나와 15살밖에 차이나지않는 그분이 왜 여기에 누워 계신건지...슬픔과 한숨과 허망함이 계속 교차했다.
뇌사상태 4일째여서 기계에 의존해서 숨을 쉬고계셨는데 오늘을 넘기기 어려울거라고 했다. 손을 잡고 '저 왔어요...너무 늦게뵈서 죄송해요.'라고 속으로 이야기했다. 발이 잘 떨어지지가 않았다. 손이 아직 따뜻해서.
죽음은 두려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나 가까운 지인의 죽음은 두렵다. 내가 죽는것이 두려운게 아니고 그들이 이제부터는 영영 내 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그게 좀 많이 두렵다. 상실이 두렵고 잊혀져감이 두렵고 외로움이 두렵다. 그분은 그 많은 것들을 혼자 감내하고 살아오셨다. 무엇때문에 아무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그렇게 외롭게, 힘들게 살아오신걸까. 그게 본인을 위한 가장 최선의 선택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이 너무 가슴아프다. 이제는 편안한 곳으로 가서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자꾸만 어제의 그 퉁퉁부은 얼굴이 아른거려서 일이 잘 손에 잡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