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을 하면서 즐겁고 싶다는 말은 내 기준에서 봤을 때 조금 욕심에 가까운 것이다. 즐기는 자가 이기는거라고 하지. 그런데 예술에는 이기고 지는거 그런거 없잖아. 그리고 좋은 작업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좋은 작업이라고 누구나 다 안다. 쉽게 그저 뚝딱하고 나온게 아니라는 것을 그냥 몸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창작을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이라는 것은 나의 경우엔 행위의 찰나에 가깝다. 행위에서 올 수 있는 즐거움은 작업의 큰 아우라를 대변해줄 수가 없다. 작업을 하면서 정말 '이때다!' 싶은 그 카타르시스의 정점이 있는데 그것은 많은 시간과 많은 괴로움을 수반한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그것은 곧 찰나이다. 그 찰나는 너무 찰나여서 알아채기 어려울때가 많다. 사실 이런 생각들이 조금은 진부하고 고지식하게 느껴질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상관없는 일이다. 그게 내가 예술을 대하는 태도이고 또 풀어나가는 과정의 일부이기 때문에. 작업을 하지 않았던 공백기가 지금까지 딱 1년, 1년 반 정도 있었다. 그 시간동안 나는 내가 경험하는 모든것 -영화, 공연, 음악, 글쓰기 등등- 이 작업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했는데, 붓을 들지 않았던 그 시기에 내가 받은 스트레스는 내가 생각하는 것 보다도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작업을 새로이 시작할때 생각보다 엄청 많은 시간과 몇배의 노력이 들었다. 나는 그때의 그 느낌을 지금도 상상할 수 있다. 그러니 내가 지금 극복해야 하는것은 또 다른 종류의 것들이다.
Text2014. 4. 7. 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