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땅
시멘트에 피는 생명
남다른 의지와 품위로 꿋꿋이 일어선다. 식물학자도 외면한 야생의 잡초들. 기이하고 왕성하고 부조리한 아름다움. 그늘진 구석을 빛내며 소유하지도 굴하지도 않는다. 삶은 통제할 수 없는 것. 내 나약함이 부끄러워진다.
모든 건물에는 쓸모도 이유도 없는 부분이 있다. 정면도 후면도 아닌 메디아네라(측벽). 우릴 경계짓고 세월과 먼지만 먹는 공간. 우리의 나쁜 속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변덕, 균열, 임기응변, 카페트 밑에 쓸어넣는 먼지같은 것들. 그곳은 예외적으로 날씨가 나쁠 때 존재감을 드러낸다. 측벽은 광고판이 되어도 아름답지 않다. 마트나 패스트푸드점까지 남은 거리를 알려주거나 대박을 약속하는 복권 광고가 대부분. 닭장에서 사는 답답함을 해소하는 길은 탈출구다. 탈출구는 모두 불법이다. 도시 계획 기준을 위반한 작고 불규칙하고 무책임한 창문. 칠흙같은 삶에 한줄기 빛을 비춘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사랑에 빠질 확률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이거 한국에선 내 생일에 개봉했던 영화네. 단순 로맨틱 코미디 아닌데...우리 나라에선 왜, 포스터도 제목도 이상하게 만들었을까. 원래 제목은 Medianeras (Sidewalls)이다. 도시 안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두 남녀가 나오는데, 표현이 매우 섬세하고 우울하면서 말랑말랑한 그런 영화다.
그래서 한국 포스터 안가져오고 해외판으로 가져왔음. 결국 마리아나는 월리를 찾는다. 그 장면에서 난 예전의 내 모습을 떠올렸다. 한눈에 찾을 수 있는 그런 사람! 분명 누군가에나 월리가 있다. 아멜리에가 찾는 니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