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한 밤. 너무 고요해서 고양이도 발끝을 올리며 살금살금 기어가는 밤. 찰리 헤이든의 음악과 팻 매쓰니. 좋다. 이사 준비한다고 집안을 정리하는게 아니라, 뭘 버리고 뭘 살까 고민하는 하루하루가 가고 있다. 어제는 드릴과 수평자, 오늘은 침대와 수납장, 타올, 주방도구들을 구경했다. 한꺼번에 살 수 없어서 하나둘씩 살면서 차츰 채워나갈테지만, 필요한 물건 하나하나를 애정어린 눈으로 고를 때가 참 행복한 것 같다. 내게 참 중요한, 추억을 함께 가지고 갈 물건들이 되겠지.
난 '조금 성급했을까? 아니면 우리는 너무 미래를 낙관적으로만 보는 이상주의자들인가?' 하는 물음을 그에게 넌즈시 던지게 되었는데, 그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이대로라면 나와, 너와, 우리,의 행복은 분명할거야. 우리가 너무 이상주의자들이어서가 아니야. 지금처러만 지내면 십년 뒤, 십 오년 뒤에는 분명 더 잘 살수 있을거야. 뭐가 걱정야, 우리는 잘 이겨낼거야.'
그리고 아침에 눈뜨지마자 발견한 친척언니가 해준 이야기 덕분에 오늘 하루는 따뜻했고 감격스러웠다. '네가 스스로와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고, 올바른 일을 선택하는 신념과 용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아. 부모님과 갈등이 생기면 무척 힘든 상황이 되지만 감정을 소모하지 않고 더 깊어지고 따뜻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거라고 생각해. 너의 사랑을 응원하고 선택을 지지한단다. 사랑해.'
생각해보면 그는 내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하기보단 더 많은 웃음을 주었다. 항상 내 앞에서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그런 모습이 고맙고 참 아름답다고 느낀다. 나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 한발 내딛는 중이다. 이제 곧 다가올 11월 개인전도 잘 준비해야지. 그 어느때보다 덜 외롭고 덜 힘든 시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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