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2013. 8. 14. 22:18

손가락에 순간 접착제가 붙어 안 떨어진다. 지금은 집안을 정리하며 그동안 보수하지 못했던 입체 작품들을 보수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입체물 하나하나에 상세한 설명을 덧붙인 견출지도 붙였다. 이젠 너희들 한마리 한마리 헷갈리지 않겠지. 진작 해뒀어야 했는데 너무 방치해둔 것 같아 괜히 미안하다.

난 지금까지 너무 많은 곳들을 이사하며 거처가 계속 옮겨졌다. 사는 곳과 작업을 하는 곳의 이사를 합하면 나의 20대 이사는 12-13번 정도로 추려지는 것 같다. 거처가 이동하는 것이 나에겐 큰 일이 아니었지만 이번은 내게 참 의미있는 일이기에, 다른 이사들 보다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일게다.

 

주변에서는 많이들 응원을 하고 멋지다 말하지만, 부모님께 어떤 것도 손을 안벌리고 시작하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비록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다 하더라도.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시작은 많은 것들을 감수해야 하니까. 그러나 고되고 힘들어도 그것이 나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는 것들이라 확신한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너무 낙관적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고.

 

살랑살랑 옅은 바람이 불어 창가에 앉아 하늘을 본다. 아주 가볍게 나무들이 흔들흔들거리는데, 신림동 옥탑방 작업실 창문에서 바라보았던 그 풍경이 떠올라 마음이 갑자기 쓸쓸하고 아려왔다. 그때의 나는 너무 답답했고, 불안했고, 떠날 수 없음에 낙담하였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떠나있었다가 다시 돌아왔고,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는데에 익숙해졌고, 좋지 않은 상황이라해도 실망하지 않는 습관이 생긴 것 같다. 나는 이전보다는 많이 여유로워졌고 작업에 100% 나의 행복을 거는 일이 얼마나 괴롭고 어려운 일인지 깨달았고, 이 세상에 100%는 없다는 걸 알게되었다. 나도 늙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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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