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2013. 7. 18. 14:31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다 읽었다. 읽는 내내 한 사람이 떠올랐다. 책의 내용과는 별개로. 긴긴 이야기들을 적어놨었지만 이내 다 지워버렸다. 나에게도 한 명의 친구를 마음속으로 잘라내려 했던 순간이 있었다. 여기까지. 더 이상은 불필요한 말들 뿐이다. 왜냐하면 언제든 사람은 변하기마련이고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고 잊어버리며 살아갈 것이기 때문에. 이 소설의 중간쯤을 읽다가 문득,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상실의 고통이랄지, 아니면 제거된 순간의 상처랄지, 깊은 슬픔이랄지...그런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가지 아픔들을 덮어둔 채 지내고 있을 많은 관계들에 대해 떠올렸다. 약간은 미안한 감정이 들었고, 관계라는 것. 그리고 애착의 정도라는 것. 감정의 주고받음에 대해서 꽤 오랜시간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다시는 지금이라는 순간으로 돌아갈 수 없게된다. 형태도 없고, 손으로 잡아둘수도 없지만 돌아갈수 없다는 사실때문에 많은 것들을 최대한 붙잡아두고 싶어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묵혀두었던 내 가슴속에 자리잡았던 애증같은 것들이 하나 둘 씩 벗겨지게 된 것은 쓰쿠루의 심리묘사 때문이었다. 소설은 후반부에서 굉장히 지루한 스타일로 정리를 하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했던 말들을 반복하면서. 그리고 이건 오픈된 결말이라고 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그냥 그렇게 고민만하다가 끝나버리고 만다. 하루키의 책에 점수를 주자면 6.5정도 되겠다.(기대가 높았기 때문에. 절대평가다.) 사람들은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지 못한 채로 많은것들을 잃어간다. 변화와 상실을 받아들이는 것 만이 성숙해질 수 있는 방법일까? 아니면 상처에도 익숙할 수 있도록 단단해져야만 하는 것일까? 사랑. 우정. 그 모든게 언제까지 퇴색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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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