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실제로 만들어졌다면 엄청 대단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영화 산업의 시스템과 퀄리티를 엄청 높였을텐데 그런 점에서 너무 아쉽고, 또 아쉽다. 내가 흠모하는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은 35년만에, 70년대 그 당시 듄을 만들기 위해 모였던 영화 제작자와 다시 이 다큐를 찍었다. 완성하지 못한 영화에 대한 다큐인데, 이 과정이 정말 어마어마하다.
지금 보기만해도 엄청 대단하다. 달리, HR기거...오손 웰즈 등 내노라하는 젊은 아티스트들과 함께 큰 포부를 가지고 만들어가던 중에 헐리우드라는 거대한 자본 시스템에 부딪혀 세트를 짓다가 모든게 백지화되었다.
80세가 넘은 조도로프스키의 지금의 열정에 비하면 그때엔 얼마나 에너지가 넘쳤을까 싶다. 너무 시대를 앞서가서일까. 조도로프스키의 창작 열의와 독특함에 다들 겁을 먹은 것 처럼 보였다고 주변 사람들은 말한다. 나 같아도 이 어마어마하고 방대한 영화를 머릿속으로 다 그리고, 두꺼운 책으로 만들고, 옷 디자인, 캐릭터 연구, 캐스팅, 건축, 디자인, 이야기 구조 모든것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사람이라면 혀를 내둘렀을 것 같다. 그리고 감독이 예상한 러닝타임은 12시간~20시간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허망하게 무너지다니. 이건 한마디로 대참사였다.
조도로프스키 감독은 생각대로, 바라는대로 찍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리저리 바꾸고 이러쿵 저러쿵 하다보면 완전 망작이 나올것이 분명하다고. 영화는 꿈처럼 되어야 하고 내가 꿈꾸는 영화와 같아야 하니 꿈은 절대로 못 바꾼다고. 시스템이 우리를 노예로 만들고 있고, 그것은 품위도 깊이도 없는 주머니 속의 악마-돈-, 종이 쪼가리라고
영화에는 마음이 있고, 정신이 있고, 힘이 있고, 포부가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하고 싶었다고. 그런데 왜 안되었던 걸까. 마음이 얼마나 착잡하고 힘들었을까. 두꺼운 책으로 시놉시스와 스토리보드를 만들고 스튜디오를 돌아다니며 퇴자를 맞았던 그 당시, 디노 데라우렌티스(누굴까)의 딸이 이 기획을 채가서 데리빗 린치에게 넘겼고, 그 후 듄이라는 영화가 나왔다고 한다. 나는 그 영화를 보지 않았는데 앞으로도 보지 않을 것 같다. 조도로프스키는 본인의 꿈을 남이 하는게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한다. 그러나 울며 겨자먹기로 영화관에 가서 눈물을 참으며 보았는데 영화가 망작이라 점점 기분이 나아졌다고 아주 솔직하게 고백했다. 데이빗린치도 알고보면 그 당시 제작자에게 휘둘렸던 것 같다는 말과 함께.
"듄"은 꿈의 세계지만 꿈이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고 말하는 이 감독. 정말 멋진 감독이다. 나이 80이 넘어서, 35년 전에 듄을 만들고자 만났던 영화제작자와 만나서 <현실의 춤>이라는 영화를 만들었다. 몇년 전 부천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의 아들을 직접 만났고,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내게 눈 인사도 해주었는데...(엘 토포에서 어린 아이로 나왔던 그 분) 하아. 조도로프스키의 영화를 보려면 이제는 지난 영화들만 봐야하겠지. 그 부분이 정말 가슴이 아프다. 신작은 현실의 춤으로 끝인가. 아아아.
수십년이 지나면 누군가는 조도로프스키의 듄을 각색해서 보여주겠지. 꼭 그렇게 되면 좋겠다. 할배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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