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2015. 11. 11. 00:14



열심히 출석중인 정림건축문화재단 - 라운드 어바웃의 'Forum&Forum'. 오늘은 윤여일 선생님의 <재난 이후의 시간을 열어내기 위하여>라는 주제의 강연을 들었다. 재난포럼에서 강연을 들으면 이렇게 방대하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말'로 풀어내고 함께 토론하는 자리가 너무 뜻깊으면서도, 반대로 '말'의 흩어짐, '말' 뿐인 것, 이후의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조금은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깊이 있게 토론을 하지만, 이 장소를 벗어나면 우리는 또 다시 비슷한 밑그림 속에서, 항상 반복되는 문제들을 껴안고 살아가야 할 터이다.


재난들 혹은 갈등의 여러 양상들을 이야기하다보니, 장애인 복지 문제라던가 군대 관련 이슈들, 세월호, 남녀, 세대등의 갈등문제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나는 그런 여러 문제들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인지 생각하게 되었는데, 나 조차도 남녀의 갈등(혐오에서 비롯되는 여러가지 문제들)을 바라볼 때 비평이 아닌 비판만 난무하는 그 폐쇄적인 장소를 견딜 수 있는 강한 사람이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성 혐오도 싫고, 여성 혐오도 싫다, 그냥 이것도 저것도 다 싫고 무엇을 선택한다해도 변화하지 않을 지금 이 현실에 염증이 난다. 나는 그 모든 상황들을 멀리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 못된다. 그저 게시판 위의 거칠고 짧은 그들의 호흡에 무기력해질 뿐이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고 비난을 했더랬다. 나같은 사람 때문에 일베가 더 크고 있는 것이라고. 그러나 그저 반응들(구체화되고 논리적인 사고가 아닌)일 뿐인 그 장소에서 어떻게 스스로를 구제할 수 있고 저항할 수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런 에너지들이 과연 내 삶에 의미를 줄 수 있을까. 지금 이 시점에, 체념이 쌓이고 쌓여서 무기력해진 상태의 인간을 어느 누가 손가락질 할 수 있는지...답이 없는 물음들만 난무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것들을 극복할 수 있다고 어느 누가 말할 수 있는지...


나는 지금의 상태, 즉 파국의 상태를 있는그대로 직시하고 싶다. 그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안정과 불안정의 줄타기를 하고 있는 사람이기에, '가능'이라는 단어 조차도 믿을 수 없는. 스스로 어디에 어떻게 구멍을 뚫어야 하나. 어떻게 상상력을 구현해야 한다는 말인가. 재난 이후의 시간들을 어떻게 열어낼 수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진심으로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지금 살아가야 하는지. 재난포럼을 들으면서 나는 점점 더 복잡한 인간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대장  (0) 2015.11.19
투블럭 안녕  (0) 2015.11.11
계동 책방무사 - 북촌 - 재난포럼  (0) 2015.10.21
<재난 포럼> 첫번째 시간 _라운드 어바웃  (0) 2015.10.13
조현화랑 & 바나나롱갤러리  (0) 2015.10.05
Posted by goun
Diary2015. 10. 21. 00:57

요조씨가 운영하는 <책방무사>에 다녀왔다. 위치는 북촌 빨래터 언덕 즈음에 위치해 있어 찾기 쉬웠고, 주변이 참 조용조용하니 요조씨랑도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오래전 미용실 간판을 떼어내지 않은것도 마음에 들었고, 공간이 아늑해서 예뻤다. 그리고 건너편 피아노학원 앞에서 할매들이 앉아 오고가는 젊은이들을 구경하고 있는 풍경도 고즈넉하니 좋았다. 작은 공간에 적은 양의 책들이었지만 나와 취향이 맞는 책들이 많아서 그것도 맘에 들었고.(안좋은게 뭐야?ㅎㅎㅎ) 안에는 테이블이 2개나 있었는데, 사람들이 앉아서 읽을 수 있도록하는 배려가 돋보였다. 독립 출판물 서점의 경우 거의 이런 테이블과 의자를 보기 어려운데 말이당. 근처에 볼일있을 때 가서 두런 두런 책 읽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대박이 나면 좋겠지만 작은 서점에 대박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고, 그냥 너무 유명해지진 않았으면.ㅋㅋㅋ 

요조씨가 추천한 다니엘 페나크의 <몸의 일기>라는 책과 하루키 중고서적 <중국행 슬로보트>를 샀다. 그냥 책 읽고 그림그리고 영화만 보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천성이 베짱이인가...ㅎㅎㅎ

북촌은 자주 가보진 못해도 가끔 들르는 곳인데 북촌 전망대엔 가본적이 없었다. 계동부터 통의동까지 걷느라 지름길을 찾아 골목 골목만 다니고 있었는데 비정상회담에 나오는 미국대표 타일러도 만났고, 떼로 다니는 중국인 관광객들도 엄청 많아서 어딜가나 인산인해였다. 그래도 여전히 북촌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북촌 전망대쪽에서 삼청동으로 가로지르는 지름 계단도 발견했다! 꼭 이 지름 계단으로 와서 북촌이 내려다보이는 멋진 카페에서 차를 마실것이여.

*

재난 포럼 두번째 시간 : 재난을 바라보는 시선들

복도훈 선생님의 "종말기상관측소 K의 하루 - 파국의 서사와 비평을 둘러싼 어떤 오해와 진실에 대한 부기와 회고" 강연과 문강형준 선생님의 "재난이 인간을 극복한다 - 초과물, 화이트 노이즈, 부정성" 강연을 들었다.

문강형준 선생님께서 적으신 건데 뭔가 아트스러워서 찍어봤다.ㅎㅎㅎ 오늘의 포럼은 정말 내게 '꿀'같은 시간이었다. 파국 서사에 관한 깊이 있는 이야기들. 너무 흥미로워서 3시간 30분간 포럼을 들었는데, 10시간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문강형준 선생님께서 쓰신 <파국의 지형학>은 내가 2013년도에 <마지막 대륙>이라는 작업을 다 끝낸 뒤에 접했던 책이었다. 작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책을 읽으면서도 매우 인상적이었고, 오늘의 강연은 책 내용보다 10배는 더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이런 시간이 또 언제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오늘의 포럼이 더욱 더 중요했던 것이었는지 모른다.

재난과 파국의 세계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올수록 우리는 니체가 말한 '최후의 인간'으로 살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자기 자신의 부정성을 인정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인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더욱 더 생각하고 싶어졌다. 그것이 꼭 인간이 사물이나 시스템이나 자연보다 우위에 있으므로 모든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태도는 아니라고 믿는다. 너도 나도 그 해결책이 무엇이라고 대답할 수 없지 않은가. 그러니까, 나는 그 사이의 긴장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열린 사고를 가지고 살아야겠다. 허무주의라던가 무조건적인 긍정의 태도 말고. 솔직하게 얘기하면, 나는 여전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잘 모른다. 그러나 지금 현 상황들을 있는 그대로 작품 안에 담아야 한다는 생각은 확실하다. 그런 창작의 과정들이... 내가 말이나 글로 풀어내는 것보다 더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으리라. 오늘의 포럼은 잊지않고 오래 기억해두고 싶다. 문강형준 선생님과 복도훈 선생님을 다음에도 꼭 다시 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투블럭 안녕  (0) 2015.11.11
재난포럼 4 - 재난 재고 _윤여일  (0) 2015.11.11
<재난 포럼> 첫번째 시간 _라운드 어바웃  (0) 2015.10.13
조현화랑 & 바나나롱갤러리  (0) 2015.10.05
  (0) 2015.09.29
Posted by goun
Diary2015. 10. 13. 22:16

재난포럼에 다녀왔다...으흐흐. 통의동 참 좋아하는 동네인데, 구석진 곳에 이렇게 아름답고 멋진 장소가 있을줄이야. 정림건축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라운드 어바웃'이라는 곳이다. 솔직히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안다고 해도 쉽게 발을 들이기가 어려운게 사실인데, 요러케 포럼을 진행해주시니 나 같은 사람에겐 정말 꿀 같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이곳은 원래는 동네 책방처럼 운영을 하려고 만들었다가 여럿이서 쉐어해서 쓰는 공동체적 의미의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고 했다. 

첫번째 포럼의 주제는 <21세기 묵시록 영화와 파국적 상상력>이었다. 꽤 마음에 드는 주제였고, 내 작업과도 연관되어 자극이 파바박! 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시작은 이지행님이 발표을 하셨고, 발표가 끝난 뒤에는 장준환 감독님의 영화 이야기로 손희정님과 대담도 진행되었다. 

몰래 몰래 찍기. 나는 장준환 감독님의 10년 빠 니까.ㅎㅎㅎ 저기 가운데에 서 계신 분이 장준환 감독님이시다.

요기도. 라운드 테이블에서 뭘 먹고 계시는 장준환 감독님.^^

포럼 포스터

발간하고 있는 책과 신문들.

이지행 님의 발표는 헐리우드 영화쪽에 촛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유는 묵시록 영화들의 수가 빈약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영화의 내용과 여건 때문이기도 하다고. 그래도 미국 상업 영화에 별 관심이 없는 나로선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굉장히 재미있는 강연이었다. 제 3세계 영화들 중 묵시록 영화를 좀 더 찾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뒷편에서 판매되고 있던 세월호 관련 엽서와 그림들.

2부. 대담이 시작되고, 장준환 감독님이 몸이 좀 피곤하면 방언이 터지니 이해해달라고 하시며 계속 빅 재미를 주심.


창작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장준환 감독님은 정말 매력이 넘치셨다. 영화든 미술이든 관객들은 큰 구조를 이해한 뒤 그 구조에서부터 시작해 접근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지만, 정작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본능적으로 구조를 표현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나도 그렇고. 뭔가 비슷한 점을 감독님과 찾게되어 기뻤고, 3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정도로 유익한 시간이었다. 이런 포럼은 자주 만들어져야 해. 최대치의 공감을 위해 말로 다 하지 못하는 것들을 말로 끄집어내기위해 노력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다음주에는 문강형준 선생님께서 나오시는데 너무 기대가 된다. 글과 책으로만 보다가 실제로 본다니 설레이는 이 기분~ 좋으다~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난포럼 4 - 재난 재고 _윤여일  (0) 2015.11.11
계동 책방무사 - 북촌 - 재난포럼  (0) 2015.10.21
조현화랑 & 바나나롱갤러리  (0) 2015.10.05
  (0) 2015.09.29
거울과 시체 etc  (0) 2015.08.10
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