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2012. 9. 3. 03:58
Text2010. 7. 1. 02:31
이병률 시인의 시집을 읽으면서 선배들이 전시하고 있는 연남동 space MAK으로 향했다. 바람이 부는 날은 바람이 부는 날로 어쩔 수 없이 내안의 고독에게 노크할 수밖에 없다. 진한 여운들이 내 눈안에 스밀 때엔 그렁그렁한 눈으로 천장을 올려볼 수밖에 없다. 학교를 다닐적엔 그저 아는 선배, 재밌고 웃긴 선배였다가도 이렇게 전시로 인해 자주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예전의 그냥 선배가 아닌 너무 고마운 나의 멘토이자 작업을 계속 하면서 앞으로도 꾸준히 만날 사람이 되어있다. 오늘 나는 너무 큰 고마움을 느꼈는데 아마 내가 고맙다고 말한 것의 100배 이상으로 고마웠을 것이다. 나의 터닝포인트가 되어준 여행에 대해, 그리고 그 이후의 일들까지 예상하는 것이 나의 센스였을거라고 운을 띄운 선배는 내 결정과 행동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많이 응원과 박수를 보내주었다. 작업을 위해 떠났던 여행은 4개월이 지난 아직도 내 인생의 절반 이상을 차지 하고 있으니. 내가 그 누구보다도 나를 잘 알고 나의 터닝 포인트가 언제인지를 잘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여행 직후의 시간은 참 힘든 순간순간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도 나는 내게 사소한 경멸과 자기 비하를 아끼지 않았고 스스로 만들어낸 고독과 엉키기 일쑤였다. 그런데 나의 결정과 지난 시간들이 비로소 나의 방어막에서 벗어났다. 나도 알고 그 누구도 알고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사실이 어쩌면 가장 위험한 것일텐데, 너무 쉽고 그래서 더 어려운 순간을 경험하면서 나를 좀 더 아껴야겠다고 다짐했던 순간이었다. 나는 잘 마시지 못하지만 오늘 쏘주를 정말 달게 마셨고, 사는 이야기, 작업 이야기, 행복했던 순간들을 토로하자 마음이 가벼워졌고, 산다는 것이 이리도 복잡하고 어렵지만 그래도 다들 이렇게 열심히 작업을 한다는 것에, 그런 사람들이 나의 곁에 있고, 오래 나를 봐왔기에 나를 그 누구보다 많이 알고, 그만큼 충고도 해줄 수 있고, 솔직해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