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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24 위안
Text2010. 8. 24. 00:56
# 눈 앞에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한결같이 새하얗고 차갑다. 억압의 순간들이 체화되어버린 상태의 나를 응시하고 있다. 그건 오늘 본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하얀리본 때문인것 같다. 하늘이 점점 까매졌고, 형광등 불빛이 환히 비추는 작은 방안에서 벌레들을 모으는 주문과 함께 벌레들과 뒹굴었다. 열기가 피부의 표면에 달라붙어서 벌레들도 좋아했다. 녹색의 옥상에서 붉은 색의 꼬리를 가진 잠자리와 만났다. 난 이렇게 조용하고 높은 곳에서 노랗고 붉은 불빛들을 내려다보면서 점점 씁쓸해지는 것이다. 삐그덕 소리를 내면서 작업실을 나오자마자 옆집 화교 아주머니가 빼꼼하고 나와서 내게 말을 걸었다. 한참 대화를 나누다보니 터키에서 만났던 몽골리안이 떠올랐다. 나는 그녀와 4일을 함께 지냈는데도 그녀의 사진 한장이 없다. 한국말이 서툴었는데 항상 옥상 테라스에서 아침을 준비하며 내게 말을 걸곤 했었다. (모든 사람들이 그녀에게 친절하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했다.) 내게 몽골에 두고온 12살 아들 이야기를 종종 했다. 외로움을 많이 탔고,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보긴 했었지만 워낙 사랑이 많은 사람이었다. 난 그녀가 너무 측은했지만 동정하지는 않으려 했었다. 그런 그녀에게 나는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 쓸쓸한 옥상, 담배를 피우던 뒷모습, 이스탄불이 너무 아름답다고 말하던 그 사람. 왠지 오늘 그녀를 떠올린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하늘이 맑아지는 것을 느꼈고,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어떤 마음가짐을 하고 살아야 할지에 대해 계속 생각해봤다. 나는 아직도 멀었고, 내 안의 에너지들이 소진되지 않기위해 발버둥치고 있다는 사실만 명확할뿐이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해야 내가 행복한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으니까 그걸로 됬다. 필 셀웨이와 욘시의 앨범을 얼른 사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욘시의 음악이 있어 올해의 나는 조금 더 행복할 수 있다.

# 오전 시간이 자꾸 엄하게 흘러가버려서 수영을 등록할까한다. 물을 제일 무서워하는데 신기하게도 그냥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터키에서도 지중해에 가지 않았고, 이집트에서도 홍해에 가지 않았고, 올해에 한번도 물속에 들어간적이 없는데. 여름이 다 끝나가는 지금 이 시점에서 왜 수영이 배우고 싶어진건지는 알 수 없다. 두려움을 극복해야겠다. 정말, 한 학기동안 수영 배웠을때(학교에서 교양으로) 겨우 물 안에 머리 넣는 것 하고 끝났다. 기말 시험때는 자유형으로 왔다갔다 하는거였는데 어푸어푸 딱 4번에 꼬르륵만 20번 정도 했었던 것 같다. 나의 전정기관에 이상이 있을거라는 잠정 결론으로 수영을 안녕- 해버리고 말았었는데 이제 그것이 아니라는 것만 증명이 되면 좋겠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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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