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독서모임에서 읽었던, 오랜만의 SF 소설집이었다.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단편소설집이었는데, 어떤 하나의 단편을 가지고 여러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저마다 각자의 생각으로 소설을 읽었는데, 해석도 이해도 달랐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다른 의견들이 나올 수 있을까 하며 이런게 이 소설가의 특장점인가 했다.
<그리고 우리는 어둠속에 남겨졌다>라는 소설에서는 아기 꿈을 꾸는 여자와 그 동성 애인이 등장한다. 그런데 아기의 꿈을 그 여자만 꾸는 것이 아니고 거의 30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다 자신의 아이에 대한 꿈을 꾸고 있다. 이것이 집단 환각처럼 "필연적으로 내 아이다."라고 모두들 느끼는 그런 상태. 그런데 자신의 아기를 8세까지 키우면서 아이는 꿈 안에서 계속 커 가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한다. 머리색이 금발이었다가 밤색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아이를 보면 그 아이가 내 아이라는 것을 엄마(꿈을 꾸는 주체)는 단번에 안다. 그런데 온 세상이 떠들썩해질 사건이 벌어진다. 200명 정도의 아이들이 캘리포니아 바다 너머 바위 위에 등장한 것이다. 많은 이들은 아이들을 보지만, 볼 수 없기도 하고, 꿈을 꾸는 엄마는 오롯이 자신의 아이를 본다. 그 아이를 위해 직장에서 짤리면서까지 캘리포니아로 가고 며칠동안 그 바다에서 아이들만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다. 소설은 아이들이 자신의 엄마를 향해서 바다 수영을 해서 막 다가오는 열린 결말로 끝이 나는데... 나는 이 장면에서도 그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렸다.
누군가는 그 아기는 외계인의 존재가 아니었을까라고 하고, 종교적인 것을 말하는 것 아니냐고도 하고, 그저 꿈에서만 존재하는 것이고 모든게 다 꿈이 아니냐고도 했다. 나는 처음 읽었을때는 그냥 꿈을 꾼걸 말하고 있는건가 했는데, 다시 읽다보니 바다로 떠내려보낸 난민 아기들 이야기인가 싶다가, 다시 이 모든게 허상이었던 건가 하고 생각하게 됐다. 우리 모두가 생명의 가치를 추구하고, 여성이라면 아이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기 마련인데...그 안에서 모두 허구의 무언가를 쫓고 있는 상태. 각자의 세계인데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세계가 있을 수도 있고, 넌 절대 외롭지 않다며 어떤 공동체에 속하고 싶은 욕망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결국 나는 우리의 욕망이 투영되었다가 사라졌다가 나타났다가 하는데 잡힐 것 같다가도 허상일 뿐이고 눈을 떠보니 다 꿈이었고.(그것도 버전을 직접 설계 할 수 있는 여러 꿈 중의 하나로서) 뭐 그런 내용이 아니었을까 하고 그저 추측만 할 뿐이다.
이 단편 외에도 흥미로운 것이 몇개 더 있었는데, 뒤로 가면서 약간 흐지부지한 결론들로 인해 내 집중력이 급속히 떨어져서 다 읽지 못했다. 그래도 흡입력 있는 짧은 이야기들이 몇편 있었기에 즐겁게 읽었던 것 같다. 작가의 수상경력들 때문에 적지 않게 기대를 했었던게 사실인데,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게 이유인지 아니면 SF 라고 하기에도 너무 뻔했던 이야기들을 풀어놓거나 그냥 소재만 남는 그런 이야기들도 있어서였는지 조금은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켄리우 단편들과도 비교가 살짝 되기도 했고. 끝.
'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부디 안녕하기를] 남유하 작가 청소년 소설 신간 서평 (0) | 2026.04.20 |
|---|---|
| 빛과 희망 (0) | 2025.05.13 |
| 나무를 대신해 말하기 (1) | 2025.05.11 |
| 붉은 인간의 최후 (0) | 2025.02.18 |
| 경찰관 속으로 _원도 (0) | 2024.11.0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