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날 오전 내내 흐려서 걱정을 많이 했지만, 촬영 1시간 전부터 다행히도 해가 쨍쨍 났다. 방이 너무 작아서 렌즈를 써도 각이 나오지 않았기에 야외촬영밖에 방법이 없었다. 출장을 불러야 했기에 동료 작가에게 추천을 받았는데, 알고봤더니 이 분은 나의 고3때 미술학원 선생님! 정말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세월이 야속하기도(?) 했다. 선생님은 쓰리잡을 뛰고 계셨고 나처럼 작업, 예고 출강을 겸하고 계셨다. 나는 투잡하기도 힘든데, 샘도 정말 열심히 사시는구나...싶었다.

 

굉장히 신기했던건 그 많은 학생들 (약 300명쯤 됬었다) 중에 나를 기억하신다는 것,

그리고 내가 롹음악을 너무 좋아해서 그림 봐줄때마다 롹 얘기 하고, 대학가면 꼭 밴드를 하겠다고 몇번이나 말했다고 한다. 나는 그 말을 한게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아마 그랬을 것이다.ㅎㅎㅎ 지금은 음악 취향도 많이 바뀌었고, 음악 없이도 잘 살지만 그때엔 음악 아니면 난 정신병자가 됬을거라고 생각할정도로 음악은 스트레스를 분출하는 유일한 것이었다. 해가 지기전 빨리 촬영을 끝냈고, 다음 전시때를 기약하며 헤어졌다. 이렇게 만나는 인연이 참 신기했다. 나도 곧 나의 제자와 어떤 일로 어떤 상황에서 우연히 마주칠 날이 오지 않을까?

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