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2013. 4. 8. 11:27

그림을 그릴때는 무념무상해야 붓질이 빨라진다. 붓을 들기 전에는 생각을 많이하고, 붓을 드는 순간에는 잡 생각을 몽땅 털어버려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득, 그림을 그리다가 모든 걸 다 놔버리고 싶어질때가 있다. 내 스스로에게 화가 나고, 짜증이 나고, 왜 살아야 되는건지 참담해질때가 있다. 나와 맺어진 모든 관계들이 차가운 느낌으로 다가오고, 쉽게 마음을 안정시킬수가 없고,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과연 그게 나에게 어떤 것을 주는지, 아무것도 주지 못한다면 나는 왜 그것을 믿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는 때가 있다. 진실이 도대체 무엇인지, 수많은 거짓말들 사이에서 둥둥 떠다니는 그 무언가가 나를 들었다가 놓았다가 한다. 정신적 측면으로서의 작업은 나를 꽤 안정시켜주지만 보여지는 것으로서의 작업은 여전히 조형적인 부분과 컬러의 조합때문에 나의 손목과 발목을 잡는다. 그림을 그릴때마다 나는 감각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고, 그래서 더욱 혼란속에서 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 작업 앞의 나는 언제나 혼자이고, 이러다가는 영영 혼자이게 될 것만 같다.

 

작업의 두려움 속에서

오늘도 변함없이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꿋꿋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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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