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앞에서 그것을 받아들이고 체화하고 이겨내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미디어의 잔인한 장면들, 난폭한 글들, 격렬하게 재현된 이미지들...그것은 마치 죽음의 방문을 잠깐 열어보는 행위처럼 가혹하고 또 가혹하다. 내가 어떤 이미지를 그림으로 표현한다고 했을 때, 그것은 내가 체화할 수 있는 만큼의 양이다. 그로테스크함과 추함과 어두움 그 안에 깃든 작은 영혼들의 속삭임을 꺼내어보고 싶은 그 정도인거다. 그건 아주 디테일한 감정의 선율을 읽어내야만한다. 그 안에 서려있는 아주 작고 내밀한 것들까지. 나는 이제껏 내 작업에 솔직했던가. 내가 원하는 것들을 나의 언어로 표현해왔나. 미지의 것들을 끄집어내는 그 행위가 단순한 갈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나. 내가 1평 남짓되는 그 공간에 들어가 이미 죽은 것들을 대면했을 때, 내 눈앞에 펼쳐진 그 공포의 순간들을 어떻게 그림으로 옮겨야 그 공포가 날것의 공포가 아니라 어떤 흔적으로서의 완전한 절멸을 가능케할 수 있을까. 용해되고 부서졌던 그것들을 나에게서 멀어지지 않도록 하기위해서는...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긴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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