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다가 가끔씩 가슴이 턱턱 막혀오는 느낌이 들때가 있다. 그래, 그날 혼자서 '그을린 사랑'을 보는 것이 아니었어. 나는 그렇게 슬프고 처참한 현실을 마주하고 앉아있는게 그 정도로 힘이 들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어. 영화가 끝난 후 1시간 가량 지하철 안의 나는 멍한 상태였고,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다. 뭐 그저 영화니까, 영화일뿐이니까...라고 생각할 겨를 없이 그저 그 영화 속 레바논의 풍경이, 영화가 흘러가는 순간의 몽타주들이 눈앞에 휙휙 지나갔다.
그리고, 나를, 나를 잊으려고 하는 어떤 한 사람을 떠올렸다. 대화가 단절된 상태의 허무함 속에서 오랜 시간 쌓아온 시간은 나무장작 속 잿더미처럼 얕은 바람에도 쉽게 날아가버리는 그런 것임이 확실해졌다. 그렇게 시간도, 관계도 그냥 아무것도 아닌것이 되었을 때, 조금 더 아름다운 끝을 기대한건 나의 이기적인 마음일 뿐이었고. <아무말도 하지 않는 것>도 일종의 자기의사이자 표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나는 그것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찝찝한 기분으로 또 하루하루를 살다보면 가끔 가슴이 답답해져오겠지. 뭔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항상 가슴속에 품고 사는 것처럼.
나에 대해, 나의 어두운 부분에 대해 조금 과장되게 말해버린 건 일종의 풰이크짓이었다. 불안하고 그렇기때문에 불안정한 내가 나는 항상 겁이 났고, 내 앞날이 걱정되기도 했고. 결국 그것들로 인해 많은 부분이 왜곡되었고 돌이킬 수 없게 되었지만 후회하지는 않기로 했다. 그것이 나의 전부라고 믿어버릴 거라고는 상상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었는데,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누구도 타인의 어두운 부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포용의 한계점. 절대치가 있기 마련이니까.
이런들 저런들 어떠하리. 물이 흘러가는대로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살아지면 그게 좋은 것 아니겠나. 이런 마음도 차차 나아지겠지. 그리고 다시 나는 물이 흐르는 대로 살아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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