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s2023. 8. 16. 15:49

정말 작업을 꾸역꾸역 하고 있다. 어쩌면 좋지. 아기를 낳고 육아와 작업을 병행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나 너무 의기양양했어...) 완전한 몰입이라는 것 자체를 잊은 걸까. 하루에 4-5시간 겨우 짬내서 하는 붓질에 얼마나 정성과 에너지를 쏟아야 예전처럼 작업이 풀릴까. 아무래도 그런건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남자 작가들이 결혼 후, 육아와 살림을 반반씩 나누어 한다면 그 작가는 작업을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그 남자 작가가 작업을 못하게 될 확률이 훨씬 높을껄. 반대로 여자 작가에게 육아와 살림은 그냥 해야만하는 기본 위치에 있다. 절대적으로 적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 자체가 없다. 내 눈앞에 주어진 일로서 하는 살림이라는 건 전체에서 거의 60-70%가 넘는다. 거기서 작업을 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니까. 정확하게 반반씩 나누어 육아를 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우니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며 살자고 해도 결국 여자에게 주어진 아니, 주 양육자에게 주어진 부담이 크니까. 만일 누군가가 엄청 작업에 몰입을 하고 있다면, 그 작가의 주변에는 그런 돌봄노동을 그 대신 해주는 이가 있기 때문일것이다. 

난 게으른 완벽주의자이기 때문에 일단 작업을 위해 깔끔한 살림은 포기한다. 그리고 작년에 개인전 준비한다고 몰아부쳐서 작업을 하다가 허리가 나간 이후로는 체력 안배에 무쟈게 신경을 쓰게 됐다. 뭐든 체력이 문제고 또! 문제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업을, 할 수 있는 만큼 하자.' 고 생각하지만 결국 그 시작부터 잘못인가 싶을때가 많다. 나는 왜 몰입을 할 수 없는지에 대한 이유이자 결과다. 내 체력이 왜 이따위인지에 대해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일단...잡생각에서 벗어나야 하고...

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