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이라는 책을 선물로 받은지 약 4년이 지나고 나서야 난 이 책을 읽었다. 스튜디오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저수지가 나오는 동네에서 밤마다 이 책을 읽었다. 저번달이었다. 세령댐 저수지 살인사건이라는 이야기가 품고있던 엄청난 이미지들, 그리고 잔상들때문에 난 책을 읽으며 동네의 저수지가 자꾸 떠올라 부들부들거리며 읽었던 것 같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소름이 돋았다.
"사실과 진실 사이에는 바로 이 '그러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되지 않은, 혹은 이야기할 수 없는 '어떤 세계', 불편하고 혼란스럽지만 우리가 한사코 들여다봐야하는 세계이기도 하다. 왜 그래야 하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모두 '그러나'를 피해갈 수 없는 존재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겠다."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해 'yes'라고 대답할 수 있기를.
난 이번달에 정유정 작가의 신간 <종의 기원>을 집어들었다. 페소아 책도 아직 읽다 말았고, 문강형준님의 책도 마찬가지인데 얼른 얼른 읽고 싶다. 이번달엔 책을 많이 읽어야지. 그리고 나에게 좀더 많이 집중하는 시간이 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