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몽 (nightmare)
# 2010년 이집트 여행 중 만났던 한 친구는 레바논, 이스라엘, 시리아 등을 거쳐 이집트로 들어왔던 친구였다. 그때만 해도 이집트는 안전했고, 여타 중동 지역 또한 마찬가지였다. 우연히 이집트에서 만나서 약 1주일 넘게 함께 여행하게 되었는데, 그 친구는 여행 중, '시리아 사람들이 그립다', '시리아는 정말 아름답다', '시리아 사람들은 정말 순박하고 착하다', '이집트와는 너무 비교된다'...등등의 얘길 자주 했다. 시리아 사람들에게 너무 큰 친절과 사랑을 받고 온 모양이었다. 그랬던 그곳이... 지금은 구글에 'isis' 라던가 'syria'라는 단어를 한번만 클릭해도 목자르는 사진이라던지 몸이 절단난 어린아이 사진을 너무 쉽게 볼 수 있다. 점점 보도사진의 수위는 높아져만 가고, 어느 것도 그들을 혹은 보는 우리를 안전망 안에 두지 못한다. 우리는 정말 무시무시한 세상에 살고 있구나. 애써 외면할 수도 없고 해서는 안되는. 그저 편안한 침대에서 자고 일어나 일을 하고, 맛있는 것을 먹고, 보르헤스의 소설을 읽으며 문장의 달콤함에 매료되고, 가깝지 않은 먼 죽음(그것이 너무도 현실인 현실)을 생각하는 내가 어떻게 그들의 현실을 위로할 수 있단 말이냐. 단지 몇 장의 사진을 가지고 이렇게 생각하고 글을 쓰는 것 조차 사치로 느껴진다. 그들을 '어떻게' 바라 보아야 하는지, 어떤 종류의 '애도의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정말 모르겠다. 이럴때마다 가슴이 정말 답답하다. 설령, 이미지를 서치하다가 수 많은 사진들 가운데 어떤 아름다움 -구조와 형식과 디테일에 관한-을 발견했다 할지라도 그것을 내 작품으로 만드는 것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드러나는 방식에 따라 많은 것들이 변질되는 것이 무섭다. 현실을 그려야 하는데... 정말 있는 그대로의 사실들을! 그런데 이 상황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그 끔찍한 사진들을 계속 보면서 클릭질을 멈추지 못하는 나다. 인간이 얼마나 잔인하고 교활하고 무서운 존재인지. 그리고 지옥은 여전히 가까이에 있고 괴물도 가까이에 있고.
# 지옥은 어떤 장소가 아니다. 지옥은 상태다. 그들의 마음이 지옥이고, 잔인한 행동을 이끄는 생각들이 지옥이고, 그런 상황을 만들게 된 이유가 바로 지옥이다. 그런 그들이 지옥이고, 그것을 바라만 보아야 하는 지금 여기가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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