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지어를 안고 있는 프랑켄슈타인 / 김경주
J, 밤이면 내가 쓰는 언어는 짐승의 빛깔이고 새벽이면 내 언어는 식물의 빛깔이 됩니다. 인간의 돌멩이를 피해 달아나 꽃을 안고 당신에게 달려가다가 나는 풀숲에 엎드려 있습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서 치러야 할 목젖의 일이 입을 벌리고 내 미라를 꺼내주는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꽃들의 붉은 똥을 마시고 뼈에 연보라색 불이 들어오도록 음악을 종일 들었습니다. J, 인간의 곁으로 가기 위해 나는 경(經)을 버렸습니다. 사물로부터 불어오는 만물의 경계를 오래 바라보며 사물과 맹목을 지나 나는 내 눈의 수액이 구름 속으로 스미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구름이 흰 뼈를 드러내는 시간은 내 얼굴이 노란 화상을 입는 시간이고 구름이 흰 손가락들을 내 얼굴에 집어넣는 시간은 당신을 향한 내 몸의 뼈들이 붉게 부어오르는 면입니다. J, 오래전 나는 헛간에 앉아 한 새장을 기르다가 죽은 새를 보았습니다. 맞아요 J, 새는 새장을 기르지 못합니다. 새장은 깃털을 모아두고 ‘날개’로 자신의 ‘혀’를 놀리다가 가는 또 다른 새일 것입니다. 구름 속에서 달이 허우적거립니다. 자기 허공에 색을 모으다 가는 달의 체내로 구름을 견디느라 지금 이 시간으로는 그대를 부르지 못합니다. 구름 속에서 달은 미천한 눈을 천둥의 수분에 맡기고 구름은 망각을 다른 수면으로 이동시키는 중입니다. 그렇지만 구름의 세계에서 보자면 달도 자신의 배색에 불과합니다. 둥둥 떠 있다가 허우적거리는 일에 불과한, 허우적거린다는 것은 의식이 생활에 더 밀착해 있다는 것인가요? 아닙니다. 허우적거린다는 것은 사물을 더 이상 이런 방식으로는 표현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평면 위에서 점점 착오가 되어간다는 겁니다. J, 나는 내내 이 착오를 완성하고 그 미개로 죽겠습니다. J, 제물은 언제나 같은 이유로 제단에 바쳐지곤 했습니다. 제물은 언제나 우울이 아닌 공포로 세계를 견디고 있어야 했습니다. 수많은 척후병들의 도움을 받아 그 공포는 더욱 단단해지고 모든 운동은 음표를 잃어가고 참혹해지고 있습니다. 거기서 우리의 은유는 얼마나 적대적인 것이 되어버렸습니까? 제물은 헛소리를 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미혹에 붙들려 제물은 자신의 형신(形神)이 어디로 바쳐지는지 모를 때 가장 연연한 춤을 춥니다. 혼효한 나의 필체는 공포의 대상 앞에서 더욱 활기를 가졌습니다. 구름과 달은 서로의 수면에 누워 있듯 서로의 상(像)에 스미는 헛소리입니다. J, 경마용 말과 짐 끄는 말 사이에 지금 나는 숨어 있습니다. J, 사랑하는 나의 J여, 혼란의 형신을 수용할 수 있는 형식을 나는 찾고 있습니다. 나는 내 생애 가장 유사한 교란이거나, 나의 편의를 돌보는 이 (피부의) 왜곡으로 저의를 갖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우리가 모르는 생태계로부터 불어오는 이 꽃의 따귀를 때리신다고 하더라도. 내내 참혹엔 친필이 없습니다. 이 꽃을 받아주시겠습니까. 당신의 미라로만 나는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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