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씨가 운영하는 <책방무사>에 다녀왔다. 위치는 북촌 빨래터 언덕 즈음에 위치해 있어 찾기 쉬웠고, 주변이 참 조용조용하니 요조씨랑도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오래전 미용실 간판을 떼어내지 않은것도 마음에 들었고, 공간이 아늑해서 예뻤다. 그리고 건너편 피아노학원 앞에서 할매들이 앉아 오고가는 젊은이들을 구경하고 있는 풍경도 고즈넉하니 좋았다. 작은 공간에 적은 양의 책들이었지만 나와 취향이 맞는 책들이 많아서 그것도 맘에 들었고.(안좋은게 뭐야?ㅎㅎㅎ) 안에는 테이블이 2개나 있었는데, 사람들이 앉아서 읽을 수 있도록하는 배려가 돋보였다. 독립 출판물 서점의 경우 거의 이런 테이블과 의자를 보기 어려운데 말이당. 근처에 볼일있을 때 가서 두런 두런 책 읽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대박이 나면 좋겠지만 작은 서점에 대박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고, 그냥 너무 유명해지진 않았으면.ㅋㅋㅋ
요조씨가 추천한 다니엘 페나크의 <몸의 일기>라는 책과 하루키 중고서적 <중국행 슬로보트>를 샀다. 그냥 책 읽고 그림그리고 영화만 보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천성이 베짱이인가...ㅎㅎㅎ
북촌은 자주 가보진 못해도 가끔 들르는 곳인데 북촌 전망대엔 가본적이 없었다. 계동부터 통의동까지 걷느라 지름길을 찾아 골목 골목만 다니고 있었는데 비정상회담에 나오는 미국대표 타일러도 만났고, 떼로 다니는 중국인 관광객들도 엄청 많아서 어딜가나 인산인해였다. 그래도 여전히 북촌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북촌 전망대쪽에서 삼청동으로 가로지르는 지름 계단도 발견했다! 꼭 이 지름 계단으로 와서 북촌이 내려다보이는 멋진 카페에서 차를 마실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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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포럼 두번째 시간 : 재난을 바라보는 시선들
복도훈 선생님의 "종말기상관측소 K의 하루 - 파국의 서사와 비평을 둘러싼 어떤 오해와 진실에 대한 부기와 회고" 강연과 문강형준 선생님의 "재난이 인간을 극복한다 - 초과물, 화이트 노이즈, 부정성" 강연을 들었다.
문강형준 선생님께서 적으신 건데 뭔가 아트스러워서 찍어봤다.ㅎㅎㅎ 오늘의 포럼은 정말 내게 '꿀'같은 시간이었다. 파국 서사에 관한 깊이 있는 이야기들. 너무 흥미로워서 3시간 30분간 포럼을 들었는데, 10시간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문강형준 선생님께서 쓰신 <파국의 지형학>은 내가 2013년도에 <마지막 대륙>이라는 작업을 다 끝낸 뒤에 접했던 책이었다. 작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책을 읽으면서도 매우 인상적이었고, 오늘의 강연은 책 내용보다 10배는 더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이런 시간이 또 언제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오늘의 포럼이 더욱 더 중요했던 것이었는지 모른다.
재난과 파국의 세계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올수록 우리는 니체가 말한 '최후의 인간'으로 살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자기 자신의 부정성을 인정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인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더욱 더 생각하고 싶어졌다. 그것이 꼭 인간이 사물이나 시스템이나 자연보다 우위에 있으므로 모든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태도는 아니라고 믿는다. 너도 나도 그 해결책이 무엇이라고 대답할 수 없지 않은가. 그러니까, 나는 그 사이의 긴장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열린 사고를 가지고 살아야겠다. 허무주의라던가 무조건적인 긍정의 태도 말고. 솔직하게 얘기하면, 나는 여전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잘 모른다. 그러나 지금 현 상황들을 있는 그대로 작품 안에 담아야 한다는 생각은 확실하다. 그런 창작의 과정들이... 내가 말이나 글로 풀어내는 것보다 더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으리라. 오늘의 포럼은 잊지않고 오래 기억해두고 싶다. 문강형준 선생님과 복도훈 선생님을 다음에도 꼭 다시 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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