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논문 예비심사 2차날. 새벽까지 잠 못자고 미뤄둔 글을 허겁지겁썼다. 아직 쓸거 많이 남았는데 자꾸 장수만 늘어간다. 이러다 축소시키라고 하시면 그게 더 힘들거 같은데. 아마...다 쓰면 100페이지 정도 될 거 같기도 하다. 헉. 지금은 75% 정도 썼는데 82페이지. 처음에 쓸 때 이거 어떻게 쓰나 싶었는데 또 막상 쓰다보니 그런 걱정들은 별게 아니게 되네. 사는게 다 그런거겠지요.
부산 잘 다녀왔는데 여행가면서 들고간 '언니에게' 이영주 시집은 자꾸만 읽다 거북해져 덮게되었다.(시인분께는 죄송하지만)
비유, 은유, 상징...이런 것 다 떠나서 너무 아파보여서. 어둡고 컴컴한 내면으로 자꾸만 칼날이 박히는것이 느껴져서. 그런데 왜 자꾸만 나는 그런 감정들을 느끼는 것에 조차 의식이 자연스레 연결되지 않고 뚝 뚝 끊어지고 동화되지 못했나. 너무 부자연스러웠다. 시집은 돌로 만들어 놓은 문지방 같았다. 언니라는 내면을 계속 긁어내어 뼈들이 바깥으로 튀어나오고 피비린내를 뿜는 것 같았다. 치유를 위한 시집을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슬픔이 와 닿지 않고 마음이 동요되지 않았으니...그것은 내 탓일 수도 있고 뭐 다른 이유가 있을수도 있고...여하튼.
내가 시집을 읽을때만큼은, 아. 나도 하루에 한개씩 시를 쓰면서 살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또 욕심 부리자면, 시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야겠다고도 생각한다. 그래서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하얀 시트가 깔린 넓은 더블 침대 위에서 둘이 책을 읽는거다. 가끔은 아무말하지 않고 그렇게 있으면 시 위에 둥둥 떠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나랑 같이 시 읽을사람 어디없나. 그냥 끄적끄적거리는 글이어도, 굳이 특별한 시어를 쓰지 않더라도, 나에게는 특별한 시 같은 것. 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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