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밤 에반스에서 들었던 연주. 에반스에서 재즈를 듣고 있으니, 몇년 전 여름, 언슝과 내가 함께 들었던 에반스에서의 그때가 생각났다. 찬란하게 젊었고 그만큼 간절한 것도 많았던 때. 나는 그때도 습관처럼 이곳을 드나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러지못했다. 몇년만인가. 재즈를 듣고 있을 때마다 라이브 공연이 그리웠었다. 그리고 나는 공연 중간 중간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가 좋고, 연주자들이 서로를 보며 웃는 살가운 제스쳐가 좋다. 연주에 심취했을때만 나올 수 있는 몸의 표정(멍한 눈빛, 약간 벌어진 입술, 굽혀지는 무릎, 들썩이는 어깨)과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비트들도. 예전에는 재즈 보컬이 정말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콘트라 베이스를 배우고 싶다. 그치만 나는 현악기에 소질이 없는 것 같으니 그냥 듣고 즐기기만 해야할 듯. 묵직한 베이스 소리는 흘러가는 환영들을 내 눈앞에 다소곳이 내려놓게한다. 오늘이 겨울이라면, 지금 창 밖에서 눈이 내린다면, 하고 상상했다. 그리곤 나도 따라 웃었고, 시원한 아이스티로 목을 축였다. 차가운 얼음, 따뜻한 멜로디, 미지근한 손바닥의 기운, 부딪히는 악기의 소리들이 점점 내게 다가오는 걸 느꼈다. 흐응 하면서 무언가가 내게서 쑥 빠져나갔다. 아름다웠던 일요일의 밤.
오영준Quartet - Piano 오영준 / Bass 정상이 / Guitar 한운기 / Drum 신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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