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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0.13 서른이 되면 4
# 작업실의 문을 열면, 피고 남은 향의 재들과 카펫과 기름의 냄새가 진동한다. 나는 그 냄새가 좋다. 퀘퀘하면서도 몽롱해지는 그 냄새. 반아사 롤천을 얼마전 주문했는데 작업실 벽에 어떻게 걸까 고민하다가 커튼끼우는 쇠로된 꽂이(이름을 모르겠음. S자로 생긴 것)를 10개 넘게 캔버스 천에 꿰었다. (철물점 아저씨도 생각해내지 못한건데!ㅎㅎ) 그리고 천장에 못을 3개 박은뒤에 끈을 달고 그 끈에 그 커튼꽂이를 일일이 걸었다. 뭐 볼품은 없지만 그래도 큰 천이 매달려있어서 넘 뿌듯하다. 히히.


# 지하철에서 엄마를 찾는 아주머니 한명이 있었다. 40대 아주머니였고 그녀의 엄마는 60이 넘어보였다. 엄마를 자신의 옆에 앉히자마자 엄마는 딸의 팔을 두팔로 꼬옥 붙잡고서 어깨에 기대 곤히 잠이 들었다. 딸은 그 순간 정말 행복해보였다. 엄마에게 어깨를 내어준 뒤 계속 입가에 미소가 번져있었으니.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도 그 모녀를 보고 가슴이 뭉클했을것이다.
갑자기 파리에서 외롭게 생활하는 친구가 떠올라 갑자기 지하철에서 눈물이 날랑말랑 가슴이 먹먹. 왜 그 장면을 보고 그 아이가 생각났는지 모르겠는데, 계속 먹먹해서 그 모녀를 힐끔힐끔거리며 몰래 보았다. 나이를 먹는가보다, 가슴이 아픈걸 보니.

# 서른이 되면 친구의 형이 있는 멕시코로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멕시코도 좋고, 안되면 순례자의 길(카미노 데 산티아고)을 다 같이 걷기로 했다. 물질적이고 현실적인 욕심보다는 우리의 열정적인 삶을 위해 욕심을 부리는 친구들이 주변에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그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기운을 차려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것이다. 누군가로 인해 힘을 얻는 것. 너무 오랫만이라 그랬나보다. 고맙고 또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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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