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내부에는 생 날것같은 것들이 낡아있다. 점점 낡아버려서 시간이 지나 부서질까봐 겁이난다. 생 날것같은 그것들은 내가 아주 오래전부터 품었던 것들인데, 나는 이 곳에서 그것들을 항상 바라고 생각하면서 가슴 한켠에 고이 묵혀두었던거다. 한편으로는 그냥 그렇게 녹아버리게 될까봐 항상 초조하게 꺼내보고, 슬프지만 다시 제자리에 갖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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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 여름에 썼던 글을 우연히 읽었다. 또 잠이 오질 않는다. 백남준 저서 읽다가 인풋타임, 아웃풋타임에 관해 계속 생각하게되었다. 시간에 대한 강박을 조금만 줄일 수 있다면 좋을텐데. 부자들은 넓은 방에 고가의 미술품을 채워넣을 수는 있지만 자신의 삶에 단 1초도 보탤수는 없는것이다. 그러니까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죽음 앞에서는 똑같은것이고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계속 흘러가고. 나는 마흔의 생일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스물여덟의 생일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생각해야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생일따윈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기때문에 미역국을 끓여줄 수 없는 엄마만 생일날의 나를 안타까워한다. 오늘도 작업실에서 너무 더워 낮에는 퍼질러있다가 저녁에 다시 들어가 구조를 싹 다 바꾸었다. 가장 크게 변화를 준 것은 큰 책상의 위치다. 드로잉을 하면서도 페인팅을 한눈에 다 볼 수 있는 자리로 옮기고, 가방걸이도 벽에 붙이고, 스피커 테이블의 위치도 바꾸었다. 계속 몸을 움직이면 그나마 불안이 감소하니까. 나는 1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한것이 없는가보다. 슬프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