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던지니 만담이 이어진다. 디즈니의 ‘티몬과 품바’를 보는 느낌이랄까. 둘의 호흡에 이끌려 정신없이 웃다보니 인터뷰가 끝나 있었다.
사진 좀 찍자는 요청에 주저 없이 한 명은 벤치에 드러눕고 다른 한 명은 하늘을 보며 분위기를 낸다. 토마토 주스는 손에서 절대 놓지 않고서. 삶에 달관하는 그들의 음악 색깔의 근원을 알 것 같았다.
Q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밴드 이름 설명이 빠질 수 없겠죠.
조웅(이하 웅) : 남자랑 여자랑 ‘스텔라’ 라는 차를 타고 간다는 내용이에요. ‘구’는 옛날(舊)혹은 아홉(九)으로 이해하시면 될 듯해요. 사실 이름은 장난인 것 같아요. 제 이름의 웅이 수컷 웅인데 그게 무슨 상관이겠어요.
Q 스텔라도 옛날 차고, 구도 옛 구라니 ‘옛 것’에 대해 어떤 생각하시나요?
웅 : 추억이 있죠. 지나간 것들이 생각나요. 엄마 젖도 생각이 나고. 앞일은 생각할 수 없잖아요.
임병학(이하 병학) : 얘기하다 보면 끝도 없죠. 고등학교 때 술을 처음 마시기 시작했는데 동네 형들이 소주를 컵으로 따라 줬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 추억이 좋아요.
Q 지금까지 살아오며 해본 일 중 기억 남는 일이 있다면?
병학 : 여섯 살 정도 됐을 때 어떤 여자애랑 눈이 맞아 산 중턱에 사는 그 애 집에 가서 논 기억?
웅 : 그게 뭐가 독특해? (웃음) 다 그런데. 이 친구가 이래요 ‘나만 이럴 거야’ 생각하곤 해요.
저는 KTX 선로 까는 일을 했어요. 또 어릴 때 집에 있던 미싱에 매직으로 코끼리를 그렸죠.
한 세 살 때였나? 한참 커서 나중에 보니 그림이 아무 것도 아닌 거예요. 신기하더라구요.
분명 코끼리였는데. 깨달은건 “아이들의 눈은 다르다(?)”
Q 그림을 잘 그리셨나보다 생각했는데(웃음) 그럼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은?
병학 : 여행이요.
웅 : 어디 가는 걸 너무 좋아해요. 산책 간다고 하면 좋아하는 강아지 마냥.
병학 : 따뜻한 나라. 동남아가 좋아요.
같이 갈 건가요?
웅 : 아니요. 저는 싫은데. (웃음)
병학 : 좋다 그랬잖아. 좋을 거야 맛있는 것도 많고.
웅 : 난 맛있는 거에 대한 편력이 없어. 넌 항상 맛있는 걸 찾아.
임 : 진짜 맛있어.
웅 : 전 적금을 붓고 있어요. 배를 사려구요. 잠 잘 곳도 있는 그런 배.
Q 의상도 멋있으세요. ‘섹시하다’는 얘기 들으시죠?
병학 : 직접적으론 안 들어봤고. 간접적으로? (웃음)
의상은 빨래 한 옷 있으면 입고, 없으면 빨래 안 한 걸로 입고.
Q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오래 알고 지내셨는데 서로를 평가한다면?
웅 : 쓰레기?
병학 : 형은 좋은 점만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웅 : 왜?
병학 : 좋은 사람이잖아.
웅 : 그렇지.
웅 : 얜 마음이 따뜻한 편인데 쓰레기 같은 점도 있어요. 음흉해요.
전 1차원적이라 직설적이죠. 남에게 상처주기도 쉬운데 투명해요. 얜 깊어요. 칭찬이네요?
칭찬할 거 찾았어! (웃음)
병학 : 저는 쓰레기고 형은 좋은 사람이라고 느껴요. 저는 좀 멍청하거든요. 형은 똘똘해요.
Q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만의 음악적 색깔은 뭘까요?
웅 : 저흰 깨끗하니깐, 어떤 색이랄까. 새로 산 까만 피아노 색깔, 지문 안 묻고 광택이 있는?
아, 나도 좀 흥분한 것 같아.
Q 같이 보낸 학창 시절이 어땠을지 궁금하네요 정말.
웅 : 얘가 매점에 선글라스 끼고 왔어요. 미쳤다 생각했죠. 그게 첫 인상이고
그거 말곤 아무런 기억 없어요.
병학 : 저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웅 : 이렇게 엉큼해요 얘가.
병학 : 잘 모르겠으니깐.
웅 : 뭘 잘 몰라. 커트 코베인 선글라스 네가 좋아서 쓴 거지. 유행이었어요.
얜 고등학교 회장도 했어요. 맥락이 없어 도대체. 이상한 애에요.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 같아요.
Q 전주 맛집 추천 부탁드려요
병학 : 남문 조점례 피순대.
웅 : 잔인하다 진짜. 살도 다 먹고 속까지 파먹다니 깊은 사람이라 깊은 곳까지 다 먹나?
Q 영화제 관객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병학 : 전주 영화제 기간 동안 하루 종일 영화를 본 적이 있어요. 정말 다 재밌었습니다.
웅 : 늙어서 손자 데리고 꼭 오고 싶네요.
웅 : 사진은 담배 피는 사진 말고 다른 걸로 부탁드려요. 아버지가 싫어하세요.
그들을 보며, 진짜배기 친구가 생각이 났다. 서로가 속속들이 알고 있기에, 어떤 대화를 하든 어떤 답을 하든, 서로가 서로를 이미 완벽히 소화해주고 있어 더 이상의 구구절절한 말이 필요 없는 사이…. 전혀 다른 컨셉의 의상을 입고 있지만 그들이 뿜어내는 아우라는 제법 비슷하다. 그들의 ‘티격태격’은 어쩌면 진정한 신뢰에서 나오는 ‘생활’일수도 있겠다. 이런 ‘전주의 봄날’은 유독 빛났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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