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영화관람! 매일 작업방에 콕 박혀있어서 영화보러도 못갔는데, 예고 출강하러 가는 날 공강시간을 이용해서 봤다. '영화공간 주안'이라는 곳은 서울의 시네큐브나 스폰지 하우스 같은 느낌의 공간이었다. 인천에 이런 곳이 생겼다니 놀라웠고, 또 자리도 넓고, 한적한데다, 영화 가격이 저렴했다.(6천원) 너무 멀어서 자주는 못가겠지만, 그래도 예술 영화들을 상영해주는 공간들이 생겨나는 것 자체가 내겐 정말 고마운일이다. 레오까락스의 영화라고 해서 얼마전부터 기대를 엄청 많이 하고 있었다. 그리고 드니 라방까지!!! 그의 연기 때문에 영화가 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완벽하게 딱 영화에 들어맞는 느낌이랄까.
영화 내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장면이었던 것 같다. 둘의 몸이 엉켜 하나처럼 되었다가 다시 분리되는 장면. 그래픽 장면처럼 만든 그 기이하고 괴상한 몸짓이 어떻게 탄생했을까? 생각하게 만든.
이 장면에서 왜 한국이라는 나라는 성기 노출이라는 명목으로 '청소년 관람불가'로 지정해놓고 모자이크까지 해서 영화를 망쳐놨을까 생각했다. 지금이 무슨 조선시대야? 그 모자이크 때문에 이 신성한 느낌의 장면이 더 에로틱해진 걸 모르나보다. 구글에서 일부러 노 모자이크 사진을 다운받았다. 하물며 저 성기는 실제가 아닌 가짜로 만든 것이라는데.
마지막 장면. 원숭이들과 오스카. 9번의 다른 인생을 연기하는 오스카도 어쩌면 연기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난해의 극치를 달리고, 내용은 불확실하지만 무엇이 진짜 인생인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그런 질문을 감독 스스로에게 던지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이것이야 말로 레오까락스가 느꼈던 삶인가.
늙어버린 드니 아저씨 얼굴 보면서 세월은 진짜 못속이는구나 생각했는데 연기는 최고였다.
유연했던 그 몸의 주인공! 이게 실제야 가짜야 했는데 진짜였네!
영화를 보면서 가슴이 아팠던 것은 오스카의 삶에 대한 생각 때문이기도 하고, 그 가짜의 삶이 진짜가 되어버린 오스카의 전 아내의 죽음 때문이기도 하고, 우리가 늙어가는 그 시간, 거스를 수 없는 시간 앞의 슬픔 마저 다 팩트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반복되는 스토리때문에 약간 지루하기도 했지만 감독의 표현 방식이 참 놀라웠다. 멋진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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