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태국 방콕을 좋아하지 않는다. 처음 갔던 방콕의 느낌이 별로여서였는지 치앙마이도 그리 기대가 크지 않았다. 태국 제 2의 '도시'니까. 그런데, 짧은 시간이었지만 치앙마이 그리고 빠이에서의 추억과 잔상이 너무 오래가는 것 같다.
태국 특히 북부쪽 사람들은 너무 친절하고 착한 기운이 많다. 투어에서 만난 가이드 '로즈'는 여자보다 슬림하고 훨씬 더 애교 넘치는 여장 남자 '까터'였다. 태국엔 여장 남자 남장 여자 동성애자 양성애자가 많지만 다들 너무 잘 어울린다. 로즈는 우리를 데리고 다니는 곳곳에서 만난 여자 혹은 남자 친구들과 서스름없이 뽀뽀하고 껴안고 엉덩이를 때리면서 장난을 쳤다. 로즈의 말투와 눈빛이 처음엔 어색했는데, 투어가 끝나갈 무렵 로즈가 너무 친근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자신은 치앙마이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영어가 완벽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굉장히 예의바르게 외국인들을 대해주었다. 그리고 길을 가다 예쁜 꽃이 있으면 꺾어서 머리에 직접 꽃아주기도했다. 까터이면 어때. 난 그냥 로즈가 참 행복한 삶을 살고있는 것 같아 너무 좋았다.
치앙마이에서 살면 어떨까. 몇달 정도만 살아봐도 좋겠다. 쉽지 않겟지만 말이다... 빠이에서 살아보는건 어떨지도 상상해보았는데 빠이에서는 서양 히피들의 천국이니만큼 뭔가 여행자들이 너무 붐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외국인들은 외국인들끼리 어울리면서 주변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길을 막고, 술에 취한 그런 모습들을 많이 봤다. 그리고 갑자기 시끄러워 진다 싶으면 중국인들이 떼로 몰려 다니고. 나는 오롯이 현지인들과 현지에 살면서 현지 느낌을 받고 지내고 싶었는데. 내가 비수기가 아닌 성수기에 갔기 때문에 더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이겠지만 빠이는 왠지 비수기에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앙마이든 빠이든 너무 많이 변하지 않으면 좋겠는데, 이미 그곳도 빠르게 변해가는 곳 중에 하나이겠지.
우리 부부는 액티비티한 것들 별로 안좋아하고, 관광지 꼭 가야되는것도 아니고, 맛집에도 그리 관심이 없고, 조용하고 사람 없는 곳을 좋아하는 그런 커플이라는 것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았다. 나중에 다시 치앙마이와 빠이를 가게 된다면 우리는 조용히 타투샵으로 가서 타투를 엄청 많이 하고, 우리만의 조용한 아지트를 찾아 다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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