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Egypt2011. 7. 24. 22:33


리사 오노의 목소리가 그리운 밤이다. 나는 요즈음 이곳에 글을 쓰는 것이 왜 썩 내키지 않는걸까. 마음 편히 글을 쓸 수 없게 되었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나아질지도 모르겠지만. 장문의 글을 썼다 지웠다...답답하기는 일상이나 이곳이나 마찬가지인가보다.
 
얼마전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이라는 프랑스 영화를 보았다. 예전에 찾아놨던건데 느즈막히 본 것. 오드리 도투는 죽은 할머니의 모습을, 친구의 모습을 그림에 담았다. 그 영화를 보면서 여행을 다니며 내가 담았던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들을 그리고나면 난 바로 스케치북을 주욱- 뜯어서 건네주었었는데. 그래서 지금 내게는 그림이 남아있지 않지만 내 기억속에는 있다. 그러니까 이런 영화를 보면서도 그때가 떠올라 웃음짓게 되는 것. 그날의 무하마드, 하메다 술탄, 아흐멧, 네스마, 미나, 필데브스...나일강 옆을 지나는 기차안에서 그렸던 무수히 잠들었던 사람들. 적어도 그들은 한국에서 온 가밀라라는 그림그리는 여자애를 기억하고는 있겠지. 나에게 그림을 그려준 친구들도, 때때로 나를, 지금의 나처럼 떠올리겠지. 푸르스름한 불빛이 얼굴에 닿았던 밤 11시... 그림을 그려주어 정말 고맙다며 나를 옥상 레스토랑 구석에 앉히고서 열심히 나를 그려주던 친구의 작품이다. 내가 제일 사랑하는 그림중 하나. 매번 생각날때마다 이렇게 꺼내어 보고 또 사진을 찍는다. 그는 내게 이 그림선물 말고도 사탕수수 주스를 마시러 가자며 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저 게스트하우스 옥상 레스토랑 서빙을 하는 그가 해줄 수 있는 건 그게 전부였을지도 모르겠다. 기차시간이 될때까지 가방을 들어주며 절대, 평생, 나를 잊을 수 없을거라 했다. 룩소르에서의 아름다운 마중과 인사. 내게는 아름다웠던 기억이다.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1분이 걸리고 소중한 사람을 사귀는 것은 한시간이 걸리고 소중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것은 하루가 걸리지만 그를 잊어버리는 것은 일생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나는 만남이 좋고, 그 안에서 평생을 함께할 기억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무슨 일이 생기든, 나는 내게 주어진 감동과 사람들을 잊지 못할것이다. 그게 누구든, 어디에 있든, 무얼하든.
쉽게 감정을 저울질하고 쉽게 관계를 정리하고 금방 많은 일들을 잊고 그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 대체되고 자신의 감정과 다르다고 쉽게 포기하는 그러한 많은 일들이 왠지 모르게 씁쓸해지는 순간에 떠오르는 건 만남에 대한 회의감보다는 다시 더 나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거란 희망이다. 부디 잘 지내기를. 그리고 어디에서든 날 기억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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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