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이야기는 죽음을 다룬다. 삶을 다룬다. 그리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다룬다. 이 책을 읽으며 죽다 만 여우에 엄청 감정 이입이 되었던 것은... 내가 20년 가까이 삶과 죽음에 대한 작업을 해왔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동화이지만 어찌보면 어른들을 위한 동화인 것 같다. 우린 아이때는 몰랐다가 어른이 되어서야 깨닫게 되는 것들이 훨씬 더 많으니까. 이 책은 사고로 죽을 뻔 한 여우가 영혼들을 사후세계로 보내는 길잡이 역할을 하게 되면서, 죽은 나무숲에서 사랑을 알게되고, 자신을 발견하고, 치유해나가는 이야기이다. 어찌보면 굉장히 뻔해 보이는 스토리처럼 들릴 수 있으나 35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었다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책을 쓴 오브리 하트먼에 대해 찾아보니 아이 셋을 키우며 이 책을 썼고, 그 중 막내 아이가 선천적인 건강 문제로 인해 인공기관을 만들어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작가 스스로가 자신은 메디컬맘이라고 표현하며 아픈 아이를 돌보고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고 있기에 이런 개인의 변화와 깊은 슬픔들이 작품에서 투영된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그 이야기들이 더 진한 경험들처럼 읽혔던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 클레어는 죽을 뻔 하다가 살아나서 생과 사의 경계에서 자신의 업보를 깨닫게 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사랑받지 못해서 고통계로 갈 운명'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닫고 살아간다. 엄마도 자신을 버렸고,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았기에 자신의 영혼은 못났을거라고 자책하면서. 그러나 우연히 만난 생강촉새를 통해서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고, 그런 영혼은 착한 영혼뿐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큰 위로를 받게 된다. 영혼이 성장하는 과정은 슬프지만 아름답고, 잔인하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고통의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클레어는 여기저기에서 부딪히고,자기를 희생하기도 하고, 집착을 내려놓기도 하면서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읽는 나도 마찬가지로 나의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동물들은 너무나 연약하고 볼품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동물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리면서 삶의 소소한 기쁨과 슬픔에 대해,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며 나의 아이와 나의 관계, 지금껏 나에게 사랑을 알려주었던 우정과 따뜻했던 돌봄에 대해 더 많이 느낄 수 있는 책이었던 것 같다.
* 이 서평은 위즈덤하우스에서 책을 제공받아 썼습니다.
'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부디 안녕하기를] 남유하 작가 청소년 소설 신간 서평 (0) | 2026.04.20 |
|---|---|
| 언젠가 모든 것은 바다로 떨어진다 _세라 핀스커 (5) | 2025.08.28 |
| 빛과 희망 (0) | 2025.05.13 |
| 나무를 대신해 말하기 (1) | 2025.05.11 |
| 붉은 인간의 최후 (0) | 2025.0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