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번 전시는, 아기를 낳고 허둥지둥 전시를 올렸던 2022년 개인전 이후...4년만의 전시였다. 다시 개인전을 하기까지 4년의 시간이 걸릴줄은 몰랐다. 그냥 열심히 아기를 키우고, 일상을 잘 살아내고, 간간히 작업을 했을 뿐이었다. 아버지는 그 기간 중 폐암을 발견했고, 현재는 수술 후 추척검사를 진행중이다. 항암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천운처럼 느껴졌었다. 내 인생에서 내가 작업을 잘 하지 못하더라도 내 가족이 건강하고, 아버지의 암을 내가 우연히 일찍 발견한 결과로 아버지가 더 오래 건강히 사신다고 하면 크게 걱정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 마음 깊숙한 곳에서 작업에 대한 열망이 켜켜히 쌓여가는 걸 잘 알아차리지 못한 채. 나는 매 순간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 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것이 정신 건강에 이로웠다.
# 시험관을 8차까지 진행하게 된 것도... 나보다는 내 아이의 의지가 너무 강렬했기 때문이었다. 주변에서는 다들 그건 아닌것 같다라고 말했지만 그건 그 상황이 되어본 사람만이 아는 것이기에 그때는 그게 나의 최선이었다.
# 그 수많은 나의 선택들이 만들어낸 결과가 이번 전시였다. 찬혁이의 가사에서 '겁쟁이들은 절대 모르는 세상이 있다'고 말했는데, 나는 그게 뭔지 알았다. 나의 모든 경험들이 녹아 작업이 되는 순간. 하나로 모든게 이어지고 연결되어서 '나'라는 작은 존재가 이번 전시를 만들어내고, 내 작품을 보러 와준 그 250명의 사람들과 연결되어진 순간.
# 내가 그들에게 많은걸 주지 못하며 살아온 것 같은데, 이번 전시에 보러 와준 분들, 또 보러 와주지 못한 분들 모두가 나를 응원해주고 자꾸만 무언가를 주려고 했다. 너무 많은 축하와 응원을 받았다. 도대체 내가 뭐라고...이렇게나 많은 선물과 칭찬과 응원을 받는걸까 생각했다. 내가 이런 걸 받아도 되는걸까. 내 작품을 보고... 아기를 키우는 엄마 예술가들에게 귀감이 되었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너무 힘들었을 그 시간들이 작품에 보인다고 했다. 나는 그저 내 삶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작업을 하고 싶었고, 그런 작품이 내 인생에 남는다면 후회가 없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열심히 했다. 그 과정을, 그 노고를 알아주는 관람자가 있다는 사실이 내 작업 인생에서 너무 큰 용기를 줬다.
# 전시를 보러 와주신 분들 중에 지하 전시장에서 폭풍 오열을 하셨던 분들이 계셨다. 한분은 아이의 그림과 내가 쓴 시를 읽고 울고계셨고, 다른 한분은 구석에 걸린 작은 불꽃이라는 그림을 보고 울고 계셨다. 내 전시를 보고... 내 마음을 느끼신걸까? 나 대신 이렇게 울어주고 계신 것 같아서 나도 너무 울컥하던 순간이었다. 잊을 수 없는 순간.
# 내 작업실은 딱 10평이다. 그중 2-3평은 그림을 적재하는 공간으로 쓰기 때문에 실제로 작업을 할 수 있는 건 5평정도 되는 것 같다. 그 작은 작업실에서 오랜시간 고군분투하는 일상이 있었다. 6개월 간 하나의 그림 앞에 앉아서... 내가 무얼 위해 이러고 있나 하며 현타가 올때도 있었다. 분명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그 응원의 이면에는 안타까움이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나는 그런 안타까움에 개의치 않고 해내고 싶었다. 나는 그냥 나이기에...지금 할 수 있는 걸 하는 것이 중요했으니까. 그래서 주변의 그 어떤것들도 나를 방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 그런데 그 시간들은 너무 고통스러웠다. 없는 시간을 쪼개어서 그림을 그려야했고, 그 과정에서 아이와 남편이 희생을 많이 했다. 그 희생이 갚진 것이 되기 위해서는 내가 잘해내야 했기에 전시 오픈 2주 전까지도 완성되지 못한 메인 작업을 붙들고 전전긍긍했다. 이 모든 과정들이... 전시기간 3주동안 나에게 폭풍처럼 밀려들면서 너무 많은 감정들이 쏟아졌다.
# 전시를 끝내고, 바로 더프리뷰서울아트페어에 참여했다. 오늘은 그 페어가 끝나는 날이다. 오전 7시 30분에 나와서 홍제폭포까지 뛰면서 생각들을 정리했다. 아침의 공기는 너무 상쾌했다. 나를 응원해주신 분들이 하나하나 생각났고, 다음 스텝을 위해 건강을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절실히 했다. 이제 페어가 끝나면 다시 또 새로운 작업을 시작해야겠지. 어떤 작업을 하게될까 또 기대되는 날들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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