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s2026. 3. 24. 17:38

 

 

sbs 그것이 알고싶다 프로그램은 나의 최애 프로그램인데, 얼마전 제작진들께 연락이 와서 개인전 준비를 하는 도중 촬영을 진행하게 되었다. 8년 전 작품들이 소개되었던 경향신문 기사를 보고 연락을 주신거였는데, 이렇게 또 예전 작업들을 소개할 수 있는 자리가 생긴것이 얼마나 기뻤는지.ㅎㅎㅎ "저는 그알의 광팬이라구요!ㅎㅎㅎ"

서고운_사상도 (팽창기, 붕괴전기, 붕괴후기, 골격기) Four Figure Paintings, 66.9X267.6cm, Oil on Canvas, 2018

이 작업은 일본의 불화인 구상도를 모티프로 작업한 것인데, 구상도란 시체의 부패 단계를 9가지로 나눠서 그린 그림이다. 일본 불화에서는 여성이 그려져있는데, 나는 남성으로 성을 바꾼 뒤 팽창기-붕괴전기-붕괴후기-골격기의 4단계로 나눈 사상도 작업을 했다.(남성으로 성을 바꾼 이유는 시신이 부패하며 가스가 찰 때 (팽창기 때) 남성의 복부와 고환이 가장 빨리 부풀어오른다는 정보를 접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좀 더 좋겠다는 이유에서였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몸이 썩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죽음의 자연스러움, 죽음의 필연성, 다시 땅으로 돌아가는 삶으로의 회귀, 죽음과 삶의 공존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병풍의 형식으로 작업하였다. 나는 죽음을 공포나 두려움, 시신의 부패를 대면하면서 느낄 수 있는 그로테스크함으로 표현하려고 한 것이 아니고, 그 죽음의 과정이 아주 멀리에, 우리와 떨어져서, 생각하지 못할 공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 우리의 곁에 가까이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래서 최대한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 그것이 작품을 그리면서 내가 느꼈던 비애감과 허무함을 뛰어 넘을 수 있을거라는 믿음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서고운_푸른 주검 Blue carcass, 40X50cm, Oil on Canvas, 2018
서고운_푸른 반쪽 주검 Blue half carcass_Oil on Canvas_40X50cm_ 2018

이 두개의 작업은 위의 사상도 작업을 하는 도중에 실제로 길에서 만났던 비둘기들이었다. 그 당시에 갤러리 조선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매번 시체더미 꿈만 꾸던 날들이었는데, 실제로 시신의 부패과정을 그리는 시점에 비둘기의 죽음 단계를 고스란히 발견하게 된다. 나는 그 지점이 너무 놀라웠고, 이건 내가 이들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이들이 나에게 그려달라고 말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죽음의 여러 단계들의 비둘기 사체들이 내 눈에 목격되면서 나는 그 중 두개를 추려서 작업으로 발전시켰다. 어찌보면 하나는 팽창기, 하나는 골격기의 모습 같지 않은가? 그것이 알고싶다 촬영을 시작하며 이 두개의 그림을 검은색 배경 앞에 두었는데, 이 비둘기 사체 주위로 떨어지는 그림 안의 그림자들과 그림을 비추는 조명 때문에 만들어지는 그림자들이 서로 공존하면서 매우 독특한 아우라를 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늘을 위해 그려진 그림인가? 싶을 정도였다. 

2시간동안 이어진 작품 촬영 도중에는 그것이 알고 싶다 스튜디오도 구경할 수 있었는데, 실제 사건을 똑같이 재연해 놓은 세트장과 만들어진 부패된 시신 모형들, 소품들이 있어서 너무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촬영을 마치고 구내식당에서 밥도 먹고, 정말 즐겁고 잊지 못한 추억이 된 시간이었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 분들께 감사드린다. :)

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