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만 번의 밤, 그리고 나의 그림자》 서고운 개인전, 2026. 3. 31~4. 19
2026. 3. 31~4. 19
PM 13:00~18:00 화-일 (월요일 휴관), 오전시간은 개별적으로 예약 가능
별도의 오프닝 없음
플로우앤비트, 서울시 중구 동호로 385-2, 1전시실, 2전시실
주차: 주중에는 주변 공영 주차장, 주말은 토요일 3시 이후부터 일요일까지 전시장 앞 무료
[전시 서문] 고윤정/ 플로우앤비트 디렉터
서고운은 2005년 전시를 시작으로 한결같이 ‘죽음’과 ‘애도’에 관하여 이야기하여 오고 있다. 서고운의 작품 속 죽음은 서양미술사에서 줄곧 회자되어 온 바니타스적인 죽음은 아니다. 작가에게 ‘죽음’은 언젠가 삶이 끝날 것이라는 뜻의 유한한 상징이 아니라, 전쟁, 난민, 버려진 아이들에 대한 깊은 애도의 서사였다.
하지만 작가는 이번 《수만 번의 밤, 그리고 나의 그림자》 에서는 죽음을 또다른 ‘생명의 탄생’으로 생각하면서 전환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의 출산 이후 달라진 서고운의 시선은 예술가 스스로에게 향하며 전시에서 보다 긍정의 기운을 선보인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이 주는 기쁨을 알게 될수록 그 많은, 사라지는 아이들을 생각하는 기간은 더욱더 길어졌으며,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를 더욱 명료하게 하였다. ‘희망’, ‘사랑’, ‘돌봄’, ‘양육’과 같이 멀게만 느껴졌던 행복의 단어들은 작가에게 가까이 다가와 있으면서도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는데, 작가는 이를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연금술적인 면모에 비유한다. 서고운에게 ‘죽음’은 곧 ‘삶’이며, 어둠 속에 있는 작가를 일으켜 세우고, 따스함과 상처를 연결하는 매개성을 띤다.
작가는 8번의 시험관 시술을 하면서 주사와 약, 미세 수정과 체취에 쓰인 바늘, 염색체 검사 등 하나의 아이를 마치 ‘만들어 가는 것’처럼 길고 긴 경험을 하였다. 그것은 마치 16세기의 연금술처럼 여겨졌던 순간들이었다. <숨쉬는 굴과 조디악 우먼>(2026), <모든 것이 하나의 순간 속에 있다>(2026) 등 서고운의 주요 신작에는 작가 스스로를 예술적 창조자이자 엄마로서의 모습, 그 외 다양한 상징을 드러내는 부분이 병치/연결되어 있다. 서고운의 사적인 경험에서 시작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두루마리, 병풍 등 설치적 회화의 연극성과 함께 어떻게 펼쳐질지, ‘삶’은 다른 이야기들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기대해 본다.
***********************************
[ARTIST NOTE] 서고운
<수만 번의 밤, 그리고 나의 그림자> 전시를 준비하며.
나는 출산과 육아가 내 삶의 방향성과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을 아주 오래 했었다. 어떤 것을 재생산하거나 보살핌이 필요한 순간은 ‘나와 작업’의 관계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원천이 보살핌과 따스함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 안에서 뭔가 답답함을 느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을 유심히 살피고,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사회적 의무를 다하면서 살아가는 데에 무조건 내 아이를 돌보는 과정이 있어야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삶 속에서 복잡한 결들을 파고들게 된 유일무의한 일이 출산과 육아 때문이었다는 것은 변명할 여지가 없다. 나는 그 과정에서 내 삶의 보폭과 방향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말 못하는 작은 생명을 마주하며 나의 시간들은 파편화 되었고, 신체적인 경험들 또한 그러했다. ‘임신’으로 인해 멀게만 생각했던 내 몸의 일부를 친밀하게 느끼기도 했고, 반대로 내 몸을 통해서 부서지는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다.
누구에게나 삶이 하나의 기승전결이 아니듯이, 내가 선택한 삶도 그러했다. 그래서 나는 작업을 할 때처럼 무언가를 발견하고, 계속 배우고,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를 생각하고, 그것에서 작은 의미를 찾는 과정을 육아에서도 적용해보았다. 엄마라는 존재가 이러해야 한다고 하는 고정된 틀이 아니라 매일 덧대고, 배우고, 깨닫는 수행의 과정이라는 것이 나의 정체성의 일부가 되었던 것이다. 일상적인 육아나 관계에 대한 고민들이 거대한 철학적인 질문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그때부터였다. 그런데 다른 점이 있다면 작업에서는 의미들을 계속 찾는 과정이 있지만, 육아에서는 그 의미를 굳이 쫓아야 하는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놔두면 어느 샌가 끊이지 않고 내밀하게 연결되는 지점이 분명히 생겼다.
나는 임신을 경험한 여성, 8번이나 시험관 시술을 한 40대의 엄마로서 그 낯설었던 감각들을 잊지 못한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나를 더 날카로운 관찰자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연금술에서 현자의 돌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그린 도상학의 필사본인 리플리 두루마리를 나의 경험을 섞어 5미터의 두루마리 그림으로 재탄생시키면서 원초적인 에너지와 생명의 연결을 보여주고자 했고, 두 개의 성을 구분하여 그리지 않으면서 수호자와 관찰자로서의 작가 본인을 그렸다. 나에게는 아이를 돌보며 생긴 모성적 그림자가 있고, 화가로서 지켜온 내면의 자아인 그림자가 있다. 타자이면서 나의 일부가 ‘그림자’라는 단어 속에 녹아있다.
나는 이번 전시에서 결국 ‘사랑’이라는 구체적인 감각을 놓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우리의 삶은 순간이 모든 것이고,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도. 이번 전시를 통해서 당신의 밤과 그림자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위로를 건네고 싶다.
2026
'Wor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전시를 마치고... (0) | 2026.04.26 |
|---|---|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촬영 현장. (26.3.28일 방영 예정) _서고운 작가 (1) | 2026.03.24 |
| <자신을 섬으로 하여> 전시 스케치 (서울 봉은사-강원랜드-정선 아리샘터) (0) | 2024.10.10 |
| 가장 따뜻한 그림 (0) | 2024.06.04 |
| 서울 클럽 ARTS 5th _아티스트 토크 (현장 스케치) (0) | 2024.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