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텍사스 프로젝트 전시를 보러 간날, 미아리 집창촌을 처음 가본 날, 전시장 바로 옆에 11년 전 화재로 성매매 여성분들이 돌아가신 건물이 있다기에 가봤다. 최선 작가님이 이야기해줬던 건 성매매가 불법이 되면서 영업을 몰래몰래 하다가 화재가 났는데, 안에서 문을 열지 못하고(구조가 바깥에서만 열리는) 그냥 방안에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였다. 들어가봐도 되나 싶으면서도 나는 옥상으로 발길을 향하고 있었다. 옥상을 건너가니 바닥에는 돼지뼈같은것이 있었고, 곳곳에 있는 검은 잿가루와 흔적들이 내 숨을 턱 턱 막히게 했다.
그 와중에, 이곳을 쓸고 닦으면서 이 먼지를 모아 전시하신 '김도희' 작가분 얘기도 들었었는데 처음에는 남자분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보니까, 나와 함께 <Made In Seoul>전시에 참여하고 계신 작가분이었다! 아직 그 전시는 프랑스에서 열리고 있는데 6월 18일까지 진행된다. 잠시 보안여관 대표님과 기획자분들과 참여 작가분들과의 모임이 있어서 나갔다가 김도희 작가분이 직접 겪은 디테일한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었다...그 이야기들은 너무 생생했고, 어느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그런 대단한 일들이었다. 상상하기도 어려운.
그곳에서 찍어온 사진들을 보여드리니, 하얗게 된 모든 곳은 김도희 작가님이 손으로 다 벗겨내고, 문지르고, 벽지를 떼어낸 흔적들이었다. 하물며 그곳에 있었던 낙엽의 정체는 작가님이 살고계신 곳에서 모아서 가져다가 덮어둔 것이었고, 없어진 장판은 작가님께서 가지고 간 부분이었다.
들어가는 입구에 보이는 뼈. 사실 뼈가 좀 커서 사람뼈인가 하고 처음부터 겁을 먹었지만 알고보니 이곳이 비어있었던 곳이라 노숙자들이 들락날락거리며 음식을 먹은 흔적이었다고 한다. 처음 김도희 작가님이 이곳을 청소하려고 들어갔을 때, 고양이 시체들이 너무 많았다고 한다. 왜냐면 불이나서 지붕이 거의 없는 상태였는데, 문은 잠겨있으니...고양이들이 들어왔다가 다시 나가지못하고 백골이 된 것이었다. 냄새는 그렇다쳐도 얼마나 참혹했을까. 그 수많은 영혼들을 어떻게 위로해줄 수 있었을까. 잠시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이곳이 김도희 작가님이 낙엽으로 덮어준 흔적이다. 하얀 벽은 작가님이 다 닦은 흔적들. 이곳이 2층인데 어떻게 여기에 이렇게 두꺼운 뿌리를 내리고 자랄 수 있었을까 정말 신기했다. 이 나무들이 어떻게 이곳에 있을까...그게 가장 큰 나의 궁금증이었는데, 알고보니 화재 이후, 씨가 날라와서 그 잿더미 사이에 내려앉았고, 그게 점점 큰 것이 얘네들이었다. 나는 이 광경을 보면서, 이 장소에서 살아있는건 너네들 뿐이구나...하고 생각했는데, 김도희 작가님도 이런 얘길 하셨다. '이런 환경에서 꾸역꾸역 살려고 뿌리를 내리는 모습이 마치 성매매를 하시던 그분들의 삶의 모습과 또 나의 모습과 닮아있다.' 라고.
영양이 부족해서 몸뚱이가 얇은 나무들. 그래도 살겠다고 이렇게 햇빛 방향으로 나아간다... 봄이 오니 이들도 꽃을 피우겠지. 모든게 다 타버려서 형제도 알아볼 수 없었을 이 장소를 이렇게 깨끗하게 돌려놓은 김도희 작가님은 진짜 대단하신 분이다. 대단하다라는 표현으로도 모자른 것 같다. 나는 작업과 삶이 정말 하나가 된 진짜 작가를 만났다.
다른 참여 작가분들 기다리면서 전시 영상을 보는 중. 깨알같이 한분한분 작품들 다 찍어서 편집해주신것이다.
프랑스에서 공수해온 맛난 햄. 이름을 뭐라 부르는 걸까나. 진짜 맛있었는데.
서촌에 있는 한옥 게스트하우스에서. 엄청 바글바글했는데, 초반에 찍은 사진이라 굉장히 단촐하게 나왔다.ㅎㅎㅎ
나와 김도희 작가님과 추명지 큐레이터님. 이날 정말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고, 많은 생각을 했다. 정성어린 음식들과 밤 늦은 시간까지 작업에 대한 이야기들을 할 수 있는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셔서 보안여관 대표님과 기획자분들께 진심으로 너무 감사드린다. p.s 김도희 작가님이 오래오래 작업하셨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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