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식히려고 여행산문집을 몇권 샀다. 요즘 비는 시간에 계속 철학책들만 읽고 있던 탓에 술술 읽히는 책들이 그리웠기 때문이었나보다. 사실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를 읽고 나서 좀 실망했던터라 이병률 아저씨 책은 그만 사야지 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안샀음 좀 후회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병률 아저씨는 어쩜 그렇게 글을 나긋나긋한 목소리처럼 쓰시는지. 어쩜 그렇게 살그머니 마음 속으로 들어와 짧은 휴식을 만끽하게 해주시는지 새삼 고마웁다. 책의 부록으로 들어있는 낭송 CD에서는 그의 목소리로 글을 아주 섬세하게 다듬으며 읽어가시는데, 처음엔 오글거릴것이라 생각했지만 혼자있을 때 틀어놓으면 옆에 누군가 있는 것 같고, 어느새 주변의 공기가 꽉 채워지는 느낌이 들어 좋다.
'만약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거든' 챕터를 보면, 이런 글귀가 나온다.
"...그 사람으로 채워진 행복을
다시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함으로써 되갚으라.
외로움은 무게지만 사랑은 부피라는 진실 앞에서 실험을 완성하라..."
아름다운 문장도, 귀여운 문장도, 슬픈 문장도, 덤덤하고 건조한 문장도 많아서 꼭꼭 씹으며 읽는다. 읽다보면 사랑하는 사람이 떠오른다. 이제 곧 결혼 1주년이 되는데,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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