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
한여름, 한밤중
별들은 궤도를 돌며
더 밝고 차가운 달빛을 꿰뚫고
창백히 빛난다
노예 행성에 에워싸인 달
달은 하늘에
달빛은 파도에
나는 한동안 달의 차가운 미소를 바라보았다
내게는 차가운, 너무나 차가운 달
그 위로 수의 같은
깃털 구름이 지나갔다 그때
나는 고개 돌려 너를 보았다
멀리서 빛나는 당당한 금성이여
네 빛은 더욱 소중해질 것이다
네가 밤하늘에서
담당하는 당당한 역할은
내 가슴에 기쁨이니까
나는 너보다 차갑고 초라한 저 달빛봐
너의 먼 불빛을 더 사모한다
-에드거 앨런 포우 시선 집<꿈속의 꿈>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