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2014. 1. 20. 15:55

# 이틀 전, 대학원 동기 희정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종로로 향했다.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소모임에 강연을 하기로 했었기 때문이다. (친구는 그 모임의 운영자였다.) 편안한 마음으로 1시간 가량 내 작업 이야기를 했고 나머지 1시간 동안은 질문을 받았다. 뭔가 참 뿌듯하고 좋은 시간이었다. 그분들 중에는 최근 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모두 보신 분도 있었지만 아예 내가 어떤 작업을 하는 사람인지 모르는 분들도 계셨다. 자유롭게 질문과 대담이 오고갔고 강연 이후에는 처음 느꼈던, 혹은 몰랐던 갭들이 서서히 줄어드는 느낌을 받았다. 대화는 강의실을 나와서도 계속 이어졌다. 작업 얘기, 미술 얘기, 사는 얘기를 나누면서 미술에 엄청난 열정을 가지신 분들이라는 걸 느꼈다. 피드백은 대단했고, 그 시간도 소중했다. 친구는 내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한때 작가를 하려고도 생각했었고 열심히 했지만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어떻게 작업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그리고 자신은 작업을 할 정도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지금의 본인은 그저 미술을 한때 했었고 정말 사랑하는 사람으로 남아 있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난 그 고백아닌 고백이 슬프게 느껴지기 보다는 참 솔직하고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보다도 열정이 넘치는 비전공자들을 보면서 반성도 많이 했다고. 나조차도 그런 느낌이었으니 어찌 소중하지않다 말할 수 있을까. 친구에게 정말 고마웠다. 이런 시간들을 만들어주어서.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 홍대 상상마당에서 연락이 왔다. 드로잉 강의 제안이었다. 해서 2월 말부터 10주간, 5월 초까지 드로잉 강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하겠다고 마음을 먹게된 계기는...참 여러가지인데, 지금 나는 쓰리잡을 하고 있으니 작업 이외의 일들은 사실 부수적인 먹고사니즘의 문제와 직결되어있다. 그런데 지금하고있는 수업들은 '똑같이 그리기', '객관적인 그리기' 비중이 더 큰 수업들이어서 항상 내 손이 필요했다. 난 좀 더 창의적인 수업이 고팠다. 그런걸 원했다. 아마 오랫동안 반복되는 입시방식에 치여서 내가 어떤 선생으로, 혹은 강사로 규정되어지는게 싫었던 것 같다. 삶 안에서 소소한 자극제를 원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예술로 교류하길 원했던 것 같다. 그런 와중에 이런 제안은 참 반갑기 그지없었다. 난 이번 강의에서 독서 드로잉이라는 큰 주제의 수업을 맡았고, '읽는다'는 개념을 무한히 확장하려고 한다. 제목은 독서인데 실제 수업에서는 책을 읽고 드로잉만하는 수업은 별로 없고, 뮤직비디오나 영화도 보거나, 시를 쓰거나, 가사를 쓰며 가상 앨범 쟈켓도 만들 예정이다. 멋지고 재미있는 커리귤럼을 만들어봐야지. 그래서 너도 나도 즐거운 수업이 되기를 바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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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