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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0.05 2015 부산국제영화제 영화 이야기(인상적인 것만. 계속 추가할 예정)
Movie2015. 10. 5. 14:29

# <알리가르> Aligarh 한살 메흐다 Hansal Mehda, 2015




영화제 시작하기 전에 이 영화의 시놉 읽으면서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던게, 실화를 각색한 것이었고 또 동성애 관련된 소재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런 내용의 인도 영화를 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굉장히 느린 속도로 흘러가고, 화면 비율도 좁았고 (감독이 일부러 그렇게 했다고 함), 보는 내내 조금은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실제로, 인도에서 동성애가 법적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판결이 난 이후에 부당한 방법으로 자택 침입을 당한 이 교수가 벌거벗은 채로 공개가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미심쩍은 부분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 교수가 동성애자라는 사실때문에 교수직을 해임당하고, 살고 있는 곳에서도 쫓겨난다. 그리고 이 사건을 취재하던 기자와 인간적인 관계가 형성되면서 점점 진실이 무엇인지에 다가가게 된다. 하지만 결국 비극적인 결말로 마무리가 된다. 이 알리가르 대학 교수의 사건으로 인도는 다시 동성애가 법적으로 처벌 대상이 된다고 규정했고,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것 같다.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잔잔하게 그려낸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참 우울하게 시작해서 우울하게 끝나는 영화라고 기억되서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 <자이 호 : A.R. 라흐만 이야기> 우메시 아가르왈 Umesh Aggarwal, 2015



난 인도 영화음악의 매니아니까 이런 인도 음악 다큐는 봐줘야지! 이러면서 고민도 안하고 본 영화다. 나는 A.R. 라흐만이라는 이름을 이 다큐에서 처음 들어봤는데, 알고보니 오스카 음악상을 수상한 사람이었다. 젊은 나이엔 더 더욱 받기 힘들다는 오스카 상을 받았다는 것 자체도 대단한데, 이 사람 덕분에 인도음악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아 보였다. 이 다큐는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많고 다양한 작곡을 해왔는지 보여준다. 2000년대를 넘어가면서는 현대적인 요소와 인도의 전통음악 라가를 접목시켜 굉장히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하고, 신디사이저를 이용해 신선한 멜로디를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어떤 작곡가든 변화를 추구하고 실험을 반복할테지만, 라흐만의 곡들은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다. 이게 인도색이랑 맞물리면서 더 독특해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다. 영화를 보면서 몇 몇곡은 내가 좋아하는 음악, 내가 들어봤던 음악이었어서 참 신기했다. 그 중에서도 슬럼독 밀리어네어 음악이 가장 정점에 있었던 때가 아닌가 한다. 

영화를 보고 느낀건, 라흐만이라는 작곡가는 굉장히 조용하고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인데, 그런 사람일수록 자신에 더 집중할 수 있고, 내면적으로 세심한 부분들을 놓치지 않기 때문에 완벽주의 성격이 빛을 발하게 된 것 같다는 것이다. 작곡을 하면서 자신의 패턴을 계속 부수고 다시 세우고를 반복하는 모습이 참 멋졌다. 그런데 이 다큐에서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은근히 이 사람의 부와 명예를 과시하는 컷이 종종 나온다는 거다. 굳이 스포츠카의 핸들 로고를 클로즈업 한다던지, 돌체앤 가바나 신발을 클로즈업 한다던지, LA에 있는 자신의 으리으리한 자택이 나온다던지 뭐 그런것들. 그런것만 빼면 즐겁게 감상한 것 같다.



# <마사안> Masaan 니라지 가이완 Neeraj Ghaywan, 2015

 

 

마사안이라는 영화는 영화제 시작할 때부터 '이 영화는 꼭 봐야지'하고 찜꽁해놨던 영화 중 하나였다. 내가 지금까지 본 인도영화들은 계급을 초월한 사랑이라던가, 멜로와 비극을 잘 버무려놓은 극적인 내러티브를 강조하는 그런 영화들이 참 많았다. 마사안도 그런 스토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나는 굉장히 새롭다고 느꼈다. 이전의 몇몇 영화들은 매우 드라마틱하거나 억지스러운 상황들이 많았으나 이 영화에서는 굉장히 현실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바라나시 강가의 시체들은 카메라에 담아서도 안되고 또 가까이에서 보기도 어렵다. 그러나 이제는 영화 안에서 시체를 태우는 장면이라던가(진짜가 아닌 가짜이겠지만), 불가촉 천민 계급(시체를 옮기거나 태우는 계급도 포함됨)의 사랑 이야기가 정말 현실적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수위가 높은 키스씬과 베드씬도 인도 영화의 놀라운 변화를 증명한다. 카스트 제도가 사라졌다고 해도 완전히 없어지기엔 어려운 것이라서, 카스트 개념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변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계급이 낮다고 해도 좋은 직장에 다니거나 돈이 많으면 높은 직위에서 일을 할 수 있고, 브라만이어도 릭샤꾼을 한다. 이 영화는 사랑과 계급 사이에서, 금기와 억압 사이에서, 상처받은 남녀가 어떻게 자신을 치유해가는지를 보여준다.


 

# <카쉬미르의 소녀> Bajrangi Bhaijaan 카비르 칸 Kabir Khan, 2015

 

 

 

부산국제영화제 3일째 되던 날,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서 관람했다. 영화 시작 전, 카비르 칸 감독이 나와서 지금까지 개봉한 인도 영화 중 엄청 빠른 속도로 흥행을 갱신하고 있다는 얘길 했는데, 과연 그럴만 한 것이었다!!! 감독은 이렇게 많은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본적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관객들과 함께 셀카도 남겼다.ㅎㅎㅎ 나는 인도 영화를 볼 때 인도 특유의 정서와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보는 편이라서 크게 오글거리거나 불편한 느낌이 없다. 그러나 간혹 '인도 영화는 나랑 잘 안맞아'라고 말하는 사람들 중에는 인도영화의 억지스러운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을 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정말 맹세코 굳이 인도특유의 정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좋은 그런 영화였다. 이 영화 때문에 인도 영화에 입문하게 된 친구 한명은, 군무가 나올때 정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눈물이 날 정도로. 내가 본 인도 영화들 중에서 이 영화의 군무는 정말 끝장이 난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진짜 흥겹고 전율이 나는 그런 영화였다. 음악도, 춤도, 리듬도, 색도, 밸런스도! 주인공으로 나온 6살 소녀 샤히다는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예뻤고, 감정 연기도 너무 훌륭했다. 영화를 보면서 아이의 연기에 점점 더 빠져들게 되어서 실제로 말을 못하는 아이가 말을 하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구성도 탄탄하고 카쉬미르 지역의 자연 풍경또한 너무 아름다워서 할말을 잃게 한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정도로 빠져서 본 영화. 완전 강추.


 

<나라없는 국기> 바흐만 고바디 Bahman Ghobadi, 2015

 

 

내가 이란, 이라크 영화에 빠져들게 된 것은 바흐만 고바디 감독과 사미라 마흐말바프 감독의 공이 컸다. 바흐만 고바디 영화 중에서는 <거북이도 난다>와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이 정말 좋았고, 사미라 마흐말바프 영화 중에는 <오후 5시>와 <칠판>이 인상적이었다. 이번에 부산국제영화제에 바흐만 고바디 감독의 영화 <나라없는 국기>가 온다길래 가장 일찍 표를 예매했다. 원래 없던 GV가 추가되어 영화가 끝나고 바흐만 고바디의 얼굴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

 

<나라없는 국기, 2015>는 이란과 이라크 사이에 있는 쿠르드 자치지구에 관한 다큐영화다. 소개에는 이라크 영화라고 되어있지만 그건 잘못된 표기라고 한다. 쿠르드족의 삶을 굉장히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였다. 비행기 조립 때문에 3개의 시즌을 거쳐 완성 되었다는 이 영화는 쿠르드인 가수(헬리 루브-실제 가수)와 쿠르드인 파일럿(나리만)이 어떻게 그들의 삶에서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보여준다. (쿠르드에는 실제로 공항도 없고 활주로도 없고, 하늘에 비행기가 떠다닐 수가 없기 때문에 파일럿이라는 직업은 사실상 쓸모가 없다) 영화는 폐허가 된 장소나 시리아 난민촌, 전쟁이 남긴 쓰레기들을 계속 보여준다. 그리고 주인공 2명은 결국  IS공습 때문에 군복을 입는다.

 

바흐만 고바디는 파일럿 이야기를 단편 영화로 따로 제작하고 싶단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이란과 이라크의 국경에서 피해를 입는 쿠르드족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고도 말했다. 나는 이 감독이 경계에서 사라지고 잊혀지는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이런 다큐를 세상에 보여주는 것이 너무 감동적이다.

 

 

# <레인보우> 나게쉬 꾸꾸누루 Nagesh Kukunoor, 2015

 

 

인도 영화 많이 봤지만 이렇게 귀여우면서 감동적이고 재밌는 영화는 처음이었다. 첫날 본 <오렌지 캔디>는 기대 이하였고 저예산 독립 영화 느낌이 너무 많이났다. (생각나는 건 할아버지의 땐쓰밖엔 없네)

<레인보우>는 두명의 아역 배우들 연기가 진짜 너무 뛰어났다! 대사도 어찌나 찰지고 귀여운지 영화를 보는 내내 시각장애 연기를 하던 남동생만 나오면 사람들이 빵빵 웃음을 터뜨렸다. 부모를 잃은 두 남매의 로드무비 정도인 줄 알았는데, 인도 특유의 '흥'이 계속 이어져서 노래와 춤, 아이들의 재기발랄함, 생각치도 못한 스토리들이 등장해 영화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영화가 끝나려고 하니 좀 아쉬웠다. 진짜 귀여운 빠흐리와 초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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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