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시작되면 세계소년소녀교양문학전집이라는 타이틀이 뜹니다. 제 원대한 꿈 중 하나는 그것을 영화로 찍고 싶다는 거에요. 문제는 그게 백권이라는 건데.(웃음) 맨 처음에 뽑아 든 책이 바로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었습니다. 이 소설이 가장 감동적이어서가 아니라, 어린 시절 읽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첫 번째 영화로 찍고 싶었습니다. <카페 느와르>에 딱 한 가지의 메시지가 있다면, 그건 ‘제발 죽지 마세요.’입니다. 문제는 그 소설이 그렇게 끝날 거라는 것을 저한테 얘기해준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 죽음을 막지는 못하겠지만, 미룰 수 있도록 예술적인 개입을 할 수는 있겠구나 싶었어요. 그게 제 힘으로는 어림도 없고, 또 다른 누군가를 데려와야겠다 생각했죠. 문득 떠오른 소설이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야>였습니다. 이 소설에서 사랑과 우정의 텍스트를 가져 오면 괴테의 결정을 미룰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그래서 이 영화의 물리적인 상영시간은 죽음을 미뤄보고 싶은 저의 간청 같은 것입니다. 한국 관객들이 이 상영시간을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이 상영시간을 네 시간이건 다섯 시간이건 더 미루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미루면서 이 사람이 안 죽기를 소망하는구나 느낌을 받았으면 싶었습니다. 이 영화의 상영시간이 저의 메시지인 셈이죠.
-정성일 감독 인터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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