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를 보러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회화 작품. 예전에는 봐야 하는 전시 리스트를 적어서 2주에 한 번씩, 하루 6시간 정도를 투어 돌 듯 돌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기 때문에 그럴 수 없으니 일주일에 한 번씩, 2-3군데 도는 걸로만 만족하고 있다. 아는 작가의 전시들을 보러 가기도 하지만 전혀 모르는 작가의 작품들이 궁금해서 갈 때도 많은데, 그럴 때 작품이 생각보다 훨씬 좋으면 그 자리에서 가만히 가만히 작품을 감상하는 게 마치 선물처럼 느껴진다. 회화 작품을 감상할 때 특히 그런 마음이 커진다. 그러니까 내가 회화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작품이 좋은 작가들이 이 세상엔 너무 많고, 사고 싶은 작품들도 많아서 고민이다. 참 행복한 고민이네.^^
위의 작업은 합정지구에서 얼마 전 봤는데, 저 여자가 나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허벅지에 타투를 새기던 나. 그리고 그 앞에는 신기루인지 유령인지 모를 작은 형상이 있는데 그게 마치 나의 아기 같았다. 작가는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운하>라는 소설 속 '그녀'와 '퓨마'가 만나는 장면을 모티프로 그렸다고 하는데, 어두운 배경 안의 하얀 몸이 시선을 압도한다. 비현실 적인 공간을 그리는 것, 그리고 그 안에 상상의 공간을 비워두는 것. 그게 참 좋았다. 이 작품 전체 너비가 2.5미터가 넘었는데 나는 이 그림이 가장 갖고 싶었다. 살 수는 없어도 오래 보고 싶었던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