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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1.11 소설가 한강, 희랍어 시간
books2012. 1. 11. 00:00
한강의 소설을 읽으면서, 한권을 다 읽는동안 세번이나 감정이 울컥해서 책장을 계속 못넘기거나 계속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있거나 했다. 그녀의 글들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프고 아름답다.


***
새벽 어스름 속을 걸어본 적 있니.
사람의 육체가 얼마나 따뜻하고 연약한 것인지 실감하며 차가운 공기 속으로 발을 내딛는 새벽. 모든 사물의 몸에서 파르스름한 빛이 새어나와, 방금 잠이 씻긴 두 눈속으로 기적처럼 스며들어오는 새벽.
(희랍어 시간 p.72)

......당신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순간이 있어요.
더 이상 아무것도 말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 있어요.

안개속을 나아가는 것 같을때가 있어요.
그 도시의 겨울에 종종 찾아오던, 새벽에 호수에서 시가지로 밀려온 안개가 저녁까지 걷히지 않던 날처럼. 벽에 그려진 프레스코화들이 안개에 덮여 흔적도 보이지 않는 회색 건물들 사이를, 축축한 석벽에 바싹 몸을 붙이고 천천히 걸어야 하던 밤처럼. 아무도 자전거를 타지 않던 밤, 사람의 자취없이 무거운 발소리들만 들령던 밤, 아무리 더 나아가도 싸늘한 집에 다다를 수 없을 것 같던 밤처럼.
(위의 책 p.168)
***


열일곱의 소년이 스물 다섯에 그렸던 그 하얀수염고래가 생각이 나서, 소중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 점점 자신에게서 빠져나가는 것들을 받아들이는 삶에서, 불완전한 그들의 말 없는 대화에서 느꼈던 긴 긴 한숨이 마치 내 옆에 있는 것처럼.
그리움이라는 하나의 단어를 촤르르 풀어 엉겹의 시간을 담아 풀어내면 나는 순간 말없는 그녀가 되었다. 한강 소설가는 대단한 사람이구나. 그녀의 책은 다 사서 두고두고 읽어야 한다. 몇번이고 읽고 소장하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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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