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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4.16 정수진
Works2014. 4. 16. 01:05

얼마전 정수진 작가의 전시와 강연을 둘다 연이어 보았다. 정수진 작가는 집착스러울만큼 평면에 과밀하게 작업을 하는 작가이고, 지금까지 자신의 그림이 추상이라고 주장해왔다. 나는 신작들을 보며 그녀가 이야기하는 추상이라는 개념에 대해 더욱 오래 곱씹어보았다. 그림은 시간이 흐르며 점점 여백이 생기기도 하고 형태가 더 흩뜨러지기도 하고 알 수 없는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오랜시간 그녀의 그림을 관찰하면서 결국 그녀가 말해온 추상은, 미학적인 추상의 개념이 아닌 문학적 추상의 개념이라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 발간된 ‘부도이론: 다차원 의식세계를 읽어내는 신개념 시각이론’은 10년간 연구해온 자신의 작품에 대한 시각논리를 담은 책이다. 엄청난 연구 였을 것이다.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한. 아직도 완전한 결론은 나지 않은, 과정 중에 있는 논리들이라 훨씬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논리적이고 정교한 내용들이 담겨있었다. 그녀는 색과 형의 논리가 새로운 차원의 언어로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전제를 두고 작업을 한다. 그렇기때문에 그림의 '의미'보다 색과 형의 '질서' 그 자체를 염두해야 하는 것이다.

작가는 오랜기간 자신의 미학적 언어를 만들고, 자신만의 관념을 드디어 정리해서 세상에 내놓았다. 누구는 더욱 더 난해하다고 할 것이며 누구는 좀 더 알게되어 기쁘다고 할 것이다. 나는 후자다.

 

강연을 듣다가 정수진 작가의 회화에 대한 확신에 감동적인 느낌(?)이 들었다. 결국 모든 최첨단의 기초도 인간이고 인간이 만들어내는 것이며 인간을 위한 것이니까 말이다. 작가는 미디어나 기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도 말했고.

회화라는 매체를 가지고 이렇게 깊이 연구하고 그려나가는 작가가 한국에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내게는 굉장한 힘이 되었던 것 같다. 뇌 속의 망상체계를 시각화 한 '뇌해' 시리즈는 의식의 움직임이 파도와 바다와 계속 유비되며 그려진다. 반복되는 그 이미지의 복잡한 구성체계가 보는 사람에게 도상의 힘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든다.  

그녀가 즐겨그리는 만화는 내용이 빠져버린 이미지만 남은 드로잉과 같다. 알 수없는 외계어들이 말풍선 안에서 충돌하는 것인데, 그 내용은 본인 스스로도 알 수가 없다고 말해서 굉장히 흥미로웠다.

작가는 자신이 납득될 수 있는 밀도가 나올때까지 색채와 형태에만 집중하면서 단순한 선과 사물이 같은 무게의 색형조합이되도록 그림을 그린다. (상징이 될만한 것들은 모두 피해서 그리면서) 형상의 차원과 여백의 차원에서 개념이 적립되지 않은 상태로 그림을 그릴때에는 본인 스스로 헛발질을 자주 많이 했다고 실토한다. 그 헛발질이 있었기에 그는 마음껏 자신의 그림을 지우고 그리기를 반복하고 물감을 붓고 다듬고 새로운 매체를 사용하기도 했을 것이다. 화면안에서의 엄청난 실험들은 화면의 중첩을 통해 알 수 있다. 망친 캔버스에 다른 프레임을 만들어 그리기도 하고.(2009-2012 중첩 시리즈) 이미지에 연이은 연상, 그리고 그 연상이 만들어낸 또 다른 이미지들. 무엇보다도 그 과정에서 작가는 의식이 구조를 만들어내는 시점을 발견하고, 무한을 개념화하고, '없음' 자체가 있음으로 해서 발생하는 '있음'의 시점을, 그러니까 없다는 개념이 생겨나는 그 시점을 찾아내게된다. 그것이 그녀의 부도이론의 시작이다.

 

색X형=형상차원                 /              차이X배열=여백차원

                                       ->집적관계의 세계                              ->형상소의 다름이 만들어내는 세계.

                                                                                                          여백차원은 적형, 위상, 석공, 치간 이 4가지로

                                                                                                           나뉘며 이것은 다시 또 4가지로 분류되어 총 64

                                                                                 개의 형상소가 만들어진다.

 

작가가 아라리오 전속이 되면서 그림만 그리고 살 수 있게 되어 행복했다는 인터뷰 글을 읽었다. 아무 생각없이 그림만 그리면 되니까 너무 좋았다고. 나는 이럴때마다 버지니아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떠올린다. 그리고 작업을 하면서 누구나 바라는 그 순간을 위해서 아무도 봐주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길을 꾸준히 가는 것이 맞다고. 이런 저런 투정 없이, 그저 내 세계를 확고하게 만들면 반드시 좋은 작업은 나오게 되어있다. 회화에 대한 확신이자 내 자신에 대한 확신이다.

정수진 작가의 작품을 오래오래 보고싶다.

 

 

 

 

 

 

 

 

 

 

 

 

 

 

갤러리 스케이프 개인전 전시 작품들

 

 

 

흥미로웠던 두산아트센터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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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